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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엔나 옥탑방 Dec 01. 2022

어쩌다 빈소년_0

/ 왜 이 글을 쓰냐면

처음부터 작정하고  것은 아니었다. 1 오디션  빈으로 오라 하니 경험 삼아 가보자 했던 가벼운 마음이 그만 이렇게 되었다. 합창단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저 적응만 시켜 놓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회사에   휴가를 내고 여행 가는 기분으로  살짜리 둘째까지 데리고 왔는데...

무비자 90일을  채울 동안 나는 돌아갈  없었다. 기숙사는 로망 했던 해리포터의 호그와트 기숙사가 절대로 아니었고 내가 너무 준비가 없었음을,  아이를 너무 몰랐음을 매일 같이 확인하는 나날이었기 때문이다.


다들 빈소년합창단은 노래만 하고 사는  안다. 맞지만 틀렸다. 빈소년합창단은 10-14 소년들을 위한 노래 중점 중학교 과정이다. 그러니 공부도 여기 애들이랑 똑같이 해야 하는데  공부가 죄다 독일어라서... 외국에서  아이들은 첫날부터 바보가 된다. 노랑머리들의 텃세도 결코 만만치 않다. 아무리 의젓하고 대범한 아이라도 낯설고 말설은 남의 나라에서 부모까지 떨어져 지내라 하는 것은 차라리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다. 그리운 것을 참고 억울한 것도 견디며 노래하는 것으로  슬픔을 승화시키는 생활이 바로 빈소년 인터내셔널 학생들의 일상인 것이다.


아들은 저녁마다 기숙사에서 울면서 전화가 왔고 집에서 자고 학교로 복귀하는 월, 목요일에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에 여지없이 목을 놓았다. 이렇게 힘든데 그만 돌아가자 하면 “루저가 되는 건 싫다”며 더 슬피 울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내는 사이 부적응자로 찍혀 쫓겨날 뻔도 했다. 다행히 제법 노래를 잘해서 붙잡아 주는 선생님들이 있어 목숨줄은 건졌다. 아들이 여기서 계속 함께 지내길 원하니 방법이 없었다. 광고 카피라이터, 기획실장이 아닌 누구 엄마로 빈에서 같이 살 밖에...


 후로  5, 적응이 어려워질질 짜던 첫째는 빈소년의 베이스캠프 아우가르텐(Augarten)에서 4 1-중등 4년을 지나 1 되었다. 빈소년 초중고를 모두 거치는 최초의 한국인... 인생의 절반이 한울타리 안에  들었다. 그리고 형아 따라 멋모르고 유모차에 실려 왔던 둘째가 현재 빈소년 3, 1  뒤에 정식 단원이 된다. 아직은 아무도 없었던 한국인 "형제 빈소년"으로 자라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오력과 눈물의 시간이 함께했을까덕분에 이제 빈소년 생활을 가장 , 깊숙이, 가까이에서 겪은 한국 엄마가 되었다.


빈소년을 꿈꾸며 알음알음 개인적으로 질문을 해오는 분들이 종종 있다. 뺌도 보탬도 없이 경험한 것들을 아는 만큼 있는 그대로 말하면 대부분 "어머, 듣던 것과 차이가 많네요" 한다. 그래서 더욱 냉정하게 말씀드린다. 포기해야 할 것이 많아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생활이기 때문에 무작정 도전해라 저스트 두 잇 부채질할 수가 없다.


본인도 잘 모르면서 블로그나 SNS에 빈소년 생활에 대해 아는 체 늘어놓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서 2-3년 제대로 빡세게 겪고 난 후에나 그런 걸 썼으면 한다. 미디어로 만나는 빈소년과 직접 와서 살아본 빈소년은 달라도 너무 다른 까닭이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 내게는  살기 힘든 도시였다. 사람들은 낭만적으로 산다고 부러워하지만 모든   걸어도 좋을 낭만 따위 없다는  진작 알았어야 했다. 여기 오면 이렇다고 먼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고단했을 텐데... 이곳 생활이 절대 생각이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미리 말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그렇게 헤매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나만큼 힘들지 마시라고 친절하게 알려드린다. 내가 개고생 했다고 남들도 그러라면 너무 고약한 심보잖애 ㅋㅋ


5년 동안 페이스북에 연재하던 글들과 못다 한 이야기들을 여기에 차차 옮기려 한다. 어쩌다 빈소년을 둘이나 키우고 있는 팍팍한 외국 생활,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소란한 형제의 일상을 통해 여기, 이 빈에서 살아보고 싶은 분들, 그리고 빈소년합창단에 대해 제대로 들여다 보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바른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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