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나를 씻다 (六根: 眼·耳·鼻·舌·身·意)》

by 피안으로

《자연이 나를 씻다 (六根: 眼·耳·鼻·舌·身·意)》


지리산은

몸과 마음,

그리고 내가 잊고 지낸 모든 감각을 깨워주었습니다.


눈을 감고 있던 나의 육근(眼·耳·鼻·舌·身·意)은

푸른 나무와 물소리,

바람과 향기 속에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눈(眼)

푸른 나뭇잎을 마주하자,

내 눈이 맑아졌습니다.

흐려졌던 시선이 걷히고

‘정견(正見)’이 찾아왔습니다.


귀(耳)

풀벌레 소리, 계곡물 흐름,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소리는 고요를 데려왔습니다.


코(鼻)

맑은 공기 속 피톤치드 향.

숲이 내 호흡을 감쌌습니다.

정신이 맑아지니,

내 안의 혼탁함이 씻기는 듯했습니다.


혀(舌)

바람의 단맛이

혀끝에 닿았습니다.

차 한 잔 없이도

속세의 미각이 잠잠해졌습니다.


몸(身)

스쳐가는 바람에

피부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났습니다.

몸이 다시 나를 감싸주고 있었습니다.


뜻(意)

깊은숨을 들이쉬며 생각했습니다.

이 모든 감각이 되살아나는 순간,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 바람에,

나는 문득 묻게 됩니다.


그렇게 자연으로 돌아간 그 존재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이며,

참나는 어디에 있는가?


지리산은 말없이 내게 속삭였습니다.

“고요하라. 그리고 살아 있어라.”


''고요함 속에서, 내 맘대로 글을 쓰는 사람-피안으로''


흔들리는 세상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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