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기록12]해변의 카프카(3)

전부 속으로 - 나카타와 호시노의 여정

by 피안으로

♧전부 속으로 - 나카타와 호시노의 여정♧


호시노, 변화하는 보통 사람

인물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호시노였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청년. 트럭 운전사로 살면서 술 마시고 여자 만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사는. 처음엔 할아버지(나카타 씨)를 그냥 의무감으로 도와주려 했던 청년.

그런데 나카타 씨와의 여정을 통해 그가 겪는 변화가 아름답다.

커널 샌더스라는 기괴한 존재를 만나고, 입구의 돌이라는 초현실적 과제를 받아들이고, 결국 스스로 그 돌을 닫는 책임을 떠맡는다.

그 과정이 억지로 깨우침을 얻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성숙해지는 것이었다.

베토벤을 처음 듣고 눈물 흘리는 장면을 기억한다. "이 세상에 이런 음악이 있었다니." 그것이 세계가 확장되는 순간이었다. 그 순간 호시노는 더 이상 예전의 호시노가 아니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도 그렇다. 어느 순간 변화하고, 깊어지고, 성숙해진다. 계시는 특별한 사람에게만 오는 게 아니다.


전부 속으로 몸을 담그기

"거기에는 전부가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부분은 없다. 부분이 없으니까 이것하고 저것을 바꿀 필요도 없다. 떼어내거나 덧붙이거나 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일은 생각하지 않고, 전부의 속으로 몸을 담그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나카타 씨가 도달한 경지.

그는 글씨도 모르고, 요일도 모르고, 복잡한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전부의 속으로 몸을 담글" 수 있었다.

이것은 노장사상이고, 동시에 불교의 공(空) 사상이다. 우리가 세계를 '이것', '저것'으로 나누는 순간, 이미 전체를 놓치는 것이다. 언어로 규정하고, 개념으로 분절하는 순간에.

장자가 말한 혼돈(渾沌)의 비유가 떠오른다. 남해의 제왕 숙과 북해의 제왕 홀이 중앙의 혼돈에게 은혜를 갚으려고 눈, 코, 입, 귀를 뚫어줬더니 혼돈이 죽었다는.

구별하고 분별하는 순간, 전체성은 사라진다.

나카타 씨는 분별지(分別智)가 없으니 무분별지(無分別智)에 도달했다. 그 바닥이 보이지 않는 무명의 세계, 그 무거운 침묵과 혼돈은 오래된 그리운 친구이자 지금은 자신의 일부였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나카타 씨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침묵의 소리

"침묵이란 귀에 들리는 것이다. 나는 그 이치를 안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참선을 하다 보면 고요 속에 울림이 있는 경험을 했다고.

완전히 조용한 공간에 있으면 오히려 귓속에서 무언가 울리는 듯한 느낌. 그것이 침묵의 소리다.

침묵은 소리의 부재가 아니다. 침묵 자체가 들리는 것이다. 질감이 있고, 무게가 있고, 울림이 있다.

노자가 말한 "대음희성(大音希聲)" - 큰 소리는 소리가 희미하다, 오히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이것이다.

나카타 씨가 도달한 그 "전부"의 세계도 아마 이런 침묵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들리는 침묵.


계시 없는 인생

"계시란 일상성의 태두리를 뛰어넘는 것일세. 계시 없는 인생이 무슨 인생이란 말인가. 다만 관찰하는 이성에서 행위하는 이성으로 뛰어 옮겨 가는 것. 자기와 객체의 투사와 교환."

계시는 단순히 "아, 그렇구나" 하고 아는 게 아니다. 나를 변화시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호시노가 베토벤을 듣고 눈물 흘렸을 때, 그것은 계시였다. 그 순간 호시노는 달라졌다. 세계를 다르게 보게 됐고, 나카타 씨의 여정에 진짜로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일상은 반복이다. 아침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자고. 똑같은 루틴. 그 안에서는 새로운 게 없다. 그냥 관성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계시의 순간은 다르다. 갑자기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일상적으로 그냥 지나치던 것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나에게는 독서가 그랬다. 독서를 시작하면서부터, 세계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호시노는 나카타 씨 곁에 남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나카타 씨가 죽은 후에도, 혼자서 입구의 돌을 닫는 책임을 완수했다.

그것은 의무가 아니었다. 계시를 받은 자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우리도 그렇게 산다. 계시를 받고, 변화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해변의 카프카(4)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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