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의 도서관에서 - 해변의 카프카를 마치며
♧나 자신의 도서관에서 - 해변의 카프카를 마치며♧
노인은 도서관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연세 있는 분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데, "노인 한 분 한 분은 도서관과 같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울림이 있었다.
70년, 80년을 살아온 사람의 내면에는 얼마나 많은 책들이 쌓여 있을까. 전쟁의 기억, 사랑과 이별, 성공과 실패, 후회와 깨달음, 만났던 사람들, 잃어버린 것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많은 노인들의 도서관이 읽히지 않은 채 사라진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바쁘고, 노인의 이야기는 요즘 말로 라떼는 이라고 때론 무시된다.
그리고 언젠가 그 도서관이 문을 닫을 때, 우리는 그중 얼마나 읽었을까.
영원히 나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여러 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회와 가능성, 돌이킬 수 없는 감정.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그런 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소를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 거야."
우리는 계속 잃는다. 기회, 가능성, 감정, 사람, 시간.
그런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 작은 방, 기억의 도서관에 남아있다.
그 도서관을 관리하는 것이 삶이다.
검색 카드 만들기 = 의미 부여하기
청소하기 = 정리하고 받아들이기
공기 바꾸기 =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꽃 물 바꾸기 = 소중히 돌보기
삶이 무너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경험, 경제적 어려움, 부모님 봉양, 독서, 불교 공부... 이 모든 것이 내 내면의 도서관에 쌓이고 있다.
나는 단단해지고 있다. 진행형이다.
흔들리기도 하고, 묻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그러려니" 하면서도... 단단해지고 있는 것이다.
햄릿과 탄광
"당신이 《햄릿》을 읽지 않은 채 인생을 마친다면, 당신은 탄광의 깊숙한 막장 속에서 일생을 보낸 것과 같다."
위대한 문학을 읽지 않고 사는 것은, 자기 삶의 좁은 경험만으로 세상을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관점, 다른 깊이, 다른 가능성을 모르는 채.
독서를 시작하면서 나는 탄광에서 나왔다. 하늘을 보게 되었다. 세계가 확장되었다.
위대한 철학가와 문학가들의 말씀과 작품들이 나의 세계를 넓혔다.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꾸준히, 천천히, 깊이, 내 속도로.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올 것이다
『해변의 카프카』를 도서관에 반납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당분간 내 곁에 머문다. 메모한 문장들과 함께, 나눈 대화들과 함께.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 책을 펼칠 것이다.
그때는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조금 더 깊어진 내가. 그리고 그 책도 다르게 보일 것이다.
메타포는 그런 것이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아리송하고 혼란스러운 실체.
마치며
"나는 나라고 하는 틀 속에 들어 있다. 나라는 존재의 윤곽이 찰카닥하는 작은 소리를 하면서 딱 하나로 겹쳐지며 자물쇠가 채워진다. 이제 됐다. 이렇게 해서 나는 언제나 있어야 하는 장소에 있다."
카프카가 자기 자신과 일치하는 순간.
나도 언젠가 그런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나라는 틀에 딱 맞춰지면서 자물쇠가 채워지는, 그 존재론적 안착.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미궁 속이고, 소요유에는 닿지 못했고, 질문은 남아있다.
그럼에도 괜찮다.
나는 영원히 나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간다. 검색 카드를 만들고, 청소하고, 공기를 바꾸고, 꽃물을 갈아주며.
메타포로 가득한 세계 속에서, 천천히 단단해지며, 한 권 한 권 책을 읽으며.
녹내장으로 시야가 좁아져도, 나는 계속 읽을 것이다.
꾸준히. 천천히, 깊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해변의 카프카』 독서후기 시리즈를 읽어준 모든 분들에게, 그리고 함께 대화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 그 도서관들이 만나 대화를 나눈다.
그것이 독서이고, 그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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