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부터 입을 뗄 수 없겠지
회사 짬밥을 적잖이 먹은 짬타이거로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사회생활 이전 대비 참 사람다워졌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협업하며 성과를 만드는 법이나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법(이라고 썼지만 사실 흐린 눈으로 관망하는 편에 가까움) 등은 회사가 아니었다면 아마 절대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매거진은 회사원으로서 느껴온 각종 환멸 포인트를 기재하는 용도이기에 긍정적인 내용은 극히 드물 것이다. 만약 타인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딴지를 걸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치는 분들이라면 조용히 뒤로 가시기를 추천드린다.
많은 회사원들이 브로큰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연차가 높아질수록 이는 더욱더 자연스러워지고 대부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데, 일평생 반골로 살아온 나는 아직도 그 대화가 마냥 웃기다.
"A팀에서 Toss 한 업무는 지금 ○○씨가 F/up 하는 건가?"
"아, 제가 기존 담당자랑 align 해서 wrap-up 하는 중입니다."
"capa 안된다 싶으면 곧장 notice 해줘요. Issue는 asap 하게 해결해야지."
"아직은 minor 한 부분이라 괜찮습니다. 아 팀장님, 아침에 상신한 기안 confirm 부탁드립니다~"
...?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모두를 취하게 할 수 있는 게임 중 하나가 '외래어 금지'인데 만약 회사에도 외래어 금지령이 내려진다면 인턴부터 임원까지 모두들 만취한 상태로 업무 중일 것이라 확신한다. 더 웃긴 건 한글과 영어만 혼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도 상상 이상으로 남발된다는 것이다.
보자마자 무슨 뜻인지 검색했던 '재가 바랍니다.'를 시작으로 작일, 명일, 차주는 애교였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수신자 제위'까지. 냉소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 글을 쓰고 있지만, 나 역시 이런 회사어를 남발하며 업무에 임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할 따름이다.
한글을 사랑하는 한국인으로서 해당 agenda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ideation 해봐야겠다.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