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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타 Dec 27. 2022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벌써 n번째 맞이하는 새해지만

2023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1월 1일에도 뭘 했다고 벌써 22년인가 싶었는데 올해도 역시나 뭘 했다고 23년이 되었나 하는 마음이다. 올해는 열심히 일기를 쓰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다이어리를 구매하는 지인들을 보며 약 5초간 혹하긴 했지만, 내 손으로 들어온 일기장은 3월이면 다시 새것으로 돌아갈 것을 알고 있기에 조용히 구매를 지켜보았다.


일기는 안 써도 계획은 무조건 세우는 나에게 작음이*가 올해 계획에 대해 물어보았다.

*작음이: 남자 친구(키가 작음/같이 시작한 테니스 혼자만 잘 쳐서 조금 화가 남)

잠시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뒤, 해당 질문을 그대로 되물어 보니 갑자기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한다. 생뚱맞다 못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왜 그 자격증을 따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냥 재밌을 것 같다길래 질끈 눈을 감았다. 경고등 없이 급발진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한껏 자애로운 표정으로 직무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 분석 자격증을 취득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뭐가 있는뎅? 뭐가 좋은뎅? 알려조!"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지른 것은 비밀이다.


올해 작음이는 굉장히 많은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않았다. 중국인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여 현재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 커플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중국어 실력이 너무 퇴화한 것 같다며 HSK 5급을 따겠다더니 분명 인강을 듣고 있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중국어의 지읒자도 꺼내지 않았고, 영어 실력 업그레이드와 함께 비즈니스 용어를 좀 익혀야겠다는 명분으로 갑분 무역영어 자격증 책을 구매하더니 지금은 마치 새 책처럼 책장 한편에 고이 보관되어 있다.


진심으로 한국사를 사랑하고 지식이 많은 강점을 살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사 공부방을 운영하겠다는 포부를 밝혀 사랑을 담아 홍보용 포스터를 만들어 주었는데 패기 넘치던 예비 한국사 선생님도 역사 속으로 함께 사라진 지 오래고, 본투비 무대 체질인지라 공부보다는 결혼식이나 돌잔치 사회 쪽이 잘 맞겠다며 해당 분야로 부캐를 만들겠다더니 나에게만 비밀로 하는 건지 이 또한 감감무소식이다.


이러니 제가 속이 썩어요 안 썩어요 여러분? 하고 소리 높여 외치고 싶지만 성공한 것도 많다.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직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성공하였고, 개점휴업인 상태지만 나보다 먼저 브런치 작가가 된 것도 작음이다. 용두사미일 때도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잘하는 아이가 우리 아이라고 치켜세워주려던 찰나, 술꾼도시여자들 시즌2를 보며 김정민 배우처럼 작은 선술집을 운영하기 위해 조리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저걸 진짜 쥐어박아 말아 하



새해에는 의'젖' 좀 어떻게 해줘

그 옛날 작음이 부모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중요한 것은 실천이기에 말을 뱉기가 쉽지는 않지만, 23년의 나에게 부탁하고 싶은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보유한 경력기술서 및 포트폴리오 노션으로 정리

2. 테니스 내 맘처럼 안된다고 포기하지 않기

3. 테니스 받고 바쁘다는 이유로 일상 루틴에서 운동 배제하지 않기

4. 22년 5월에 만료될 토익 갱신

5. 기한 만료로 필기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임상심리사 2급 재도전

6. 세컨잡 확대 방안 고민 및 실행

    (정말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라 더 클리어하게 기재 불가)


1~4번째는 마음 다잡기 용으로 기재한 것이고, 5~6번째 항목들은(특히 마지막) 쉽지 않겠지만 미래를 위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목표들이다. 내세를 믿지 않기에 나에게 주어진 인생은 이번 회차 한번뿐이고, 최대한 많은 역할을 수행하며 쓰임새 있게 살고 싶다.


내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는 핑계를 대지 않는 내가 되고 싶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24시간이 나에게만 없을 리가 없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핑계로 인해 놓쳐버린 중요한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간다는 옛 말처럼, 욕심 많게 태어난 김에 그 욕심 다 채우며 살아봐야겠다. 방금 이 문장을 쓰다가 옆에 놓인 거울로 내 모습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왠 놀부가 앉아 있어서 흠칫 놀라긴 했지만 2023년아, 올 한 해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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