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나는 학교에 가는 날이면 들뜬 마음으로 그와 마주치길 고대했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나는 새침한 표정으로 관심이 없는 척 차갑게 굴었다. 그리고 부정하게(?) 입학한 나와 그를 입에 올려 소문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교수님들은 모두 우리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친절하던 철학과 교수님들도 나에게 냉정해진 듯했기 때문이다.
2008년 9월 1일 월요일
왜 모두가 나를 오해하는 걸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나는 오해만 받고 있다. 내가 정말로 부정한 짓을 했다면, 이런 오해를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것에 정도대로 임했었는데. 이런 식의 오해들은 나의 몫이 아닌데.
그나마 학교에서 받는 오해는 흥미롭달까. 세상이 나를 손가락질하고 나의 영혼을 가리켜 타락했다고 해도 좋으니, 차라리 그 오해가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한다고 해도 단 한 사람의 품에서 평온한 미소를 지를 수 있다면―
차라리 그들의 오해가 사실이라면, 이 시각 나는 혼자가 아니라 그와 함께일 텐데.
그가 나를 입학시킨 것에 어떤 다른 의도가 있었던 걸까? 그가 나에 관해서 어떻게 말했고 어떻게 행동했길래 교수님들이 나를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 것일까. 인도에 온 후로, 이 땅이 내가 머물 곳이 아니기라도 한 것인지 모든 것이 어긋나고 옳지 않은 방향으로 굴러간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한국의 집이 간절히 그립지는 않다. 한국도, 한국행 비행기도, 집에 두고 온 것들도, 간절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군가가 간절히 필요하다.
이런 오해를 계기로 그와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결말은, 내가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겠지만.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의 자리로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돌아갈 테지. 그래도 희극의 엑스트라보다 비극의 여주인공이 되어 보고 싶은 환상이 있다.
누군가가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 혼자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니까……. 이런 기분, 싫으니까.
2008년 9월 19일 금요일
이런 감정을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정말로 나를 사랑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와 그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