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하루

by 허공나

그날은 울고 싶은 하루였다. 제발 나를 울리지 말아 달라고, 곱씹고 되뇌고 고민하는 괴로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일기를 썼다.





2008년 6월 9일 월요일



… 이러려고 집을 옮긴 것이 아닌데. 이런 사소한 일로 고민하려고 옮긴 것이 아닌데. 그동안 오토릭샤에게 사기당한 돈, 못 먹을 음식, 못 입을 옷, 못 쓸 물건에 낭비한 돈이 물론 적지 않다. 다 합하면 고작 그깟 수건 한 장 가격에 비할까. 하지만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잠깐 사이에 수건이 사라졌다. 뻔뻔하고 교활하게, 말만 달콤하게 하는 간사한 인간과 달 둘이 산다. 그것도 또 다른 이의 집에 월세내고 사는 입장으로.

고민하고 곱씹을수록 번뇌는 끊이지 않겠지. 도벽을 가진 저 여자를 가엾게 여기면 나의 괴로움이 사라질까?





이사 온 새 하숙집 거실에서 하우스메이트 B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 한 눈 판 사이, 내 수건이 감쪽같이 사라진 거였다. 그곳엔 우리 둘밖에 없었고, 내 물건이 사라졌다면 범인은 한 사람밖에 없었다. 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을 하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말았다. 그런데 더 불쾌한 일은 그다음에 일어났다.


얼마 후 집주인 할머니의 딸과 B가 통화를 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됐는데, 자신이 집에서 슬리퍼를 잃어버렸다고 얘기하는 게 아닌가. 그녀는 약간의 영어와 힌디어를 섞어 말했기 때문에, 백 퍼센트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대강 내용은 그랬다. 난 어이가 없었고 동시에 억울했다. 이 집엔 우리 둘 뿐, B의 물건이 사라졌다면 범인은 나겠지. 가슴이 답답했다.







2008년 7월 5일 토요일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무언가 적고 싶은 글이 있는데, 내 마음속에 뭉쳐진 그것을 탁 털어버리고 싶은데, 날짜를 적고 나서 잠시동안 어떤 단어로 시작해야 할까, 고민했다.

펑펑 울고 싶은데 그것마저 자유롭지 못하고, 나는 진실만을 말했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신에게 항변하는 것뿐. 당신이 완전하고 절대적인 존재라면,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굽어 보고 있다면, 왜 나에게 이런 종류의―지독한 증오, 저주, 고독을 견뎌온 나도 감당하기 힘든―시련을 주는지. 십 년 넘게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맴돌던 나에게.

증오는 견딜만했다. 타인을 증오하면 오히려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나를 증오하면 그 증오를 끝내는 쉬운 방법―'자살'을 알고 있었기에. 고독은 쾌락이었다. 어떨 때는 이 고독이 끝나지 않기를, 아무도 나의 주위를 얼씬거리며 나의 즐거운 고독을 깨어버리지 않기를 바란 것이 몇 번이었던가. 하지만 나의 명예를 더럽히는 농간질 앞에서는 쾌락으로 다다르는 길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류의 오해는 약과였다. 내 마음속 평화를 깨트릴 더 큰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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