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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 임희 Jul 06. 2024

어쩌다 보니 학교만 다니고 있다.

나이 오십에 공부가 낙이 되었다.


관심 있는 분야가 있어서 늘 책이나 동영상을 찾아보며 혼자 공부해 왔다. 전업주부에게는 돈도 안 들고 편하기는 한데 늘 제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자격증이나 취업이 목표가 아니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눈에 보이는 커리큘럼이 있어야 성취감도 있고 방향도 잡힐 것 같았다. 체계적 공부를 위해 언젠가는 대학을 가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대학교 접수 마감기간도 훨씬 지나 친구들의 자식들이 어느 대학에 붙었네 마네  할 즈음에 호기심에 서류를 온라인으로 접수했다. 학과는 언어학과이다.

그게 5월 중순이었고 두 달 뒤에 입학 허가를 알리는 이메일을 받았다. 나이 참작과 편입이라 쉽게 입학이 된 것 같다.


다행인 것은 학점 인정을 많이 받았다.

총 90 학점 이면 대학을 졸업할 수 있는데 나는 90 학점을 받았다 (한 과목이 주로 3 학점이다. 한국도 그런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국에서 인문계 대학을 나와서 많은 과목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전공 부분은 반드시 본 학교에서 다 이수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전공과목은 3년 졸업은 총 30 학점, 4년 과정은 42 학점이다. 대학 졸업은 필요한 학점을 다 따면 3년에 마칠 수가 있는데 대부분 4년을 많이 택하는 것 같다.

대학원 진학을 위해서는 4학년 과정이 필수다.  

그 외에 복수 전공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쪽으로는 전혀 모른다.


현재 2학년 과정을 마치고 9월에 3학년 과정을 시작한다.

1학년에는 언어학 개론을 두 학기에 걸쳐 들었다.

다음 해에는 한 학기에 두 과목씩 듣고 주로 2,3일 학교에 갔다. 3, 4학년 과정도 비슷할 것 같다.

2학년은 좀 힘들어지기 시작하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다.

공부가 낙일 정도로 즐기면서 공부했다.

그러니 점수가 나쁘게 나올 수가 없다.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모르지만

살면서 이렇게 모든 게 술술 잘 풀리는 건 처음이다.


주위에서 간혹 가다가 날 보고 대단하다고 한다.

자격증 수료 과정도 아니고 전문대도 아니고 4년제 대학에서 공부한다니 말이다. 전혀 대단하지 않다. 기술학교나 4년제 대학 둘 다 힘든 건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얼마나 좋아하고 적성에 맞느냐에 문제이다.


20여 년 전에 캐나다에 와서 전문대를 나왔다.

4년제 대학교에 진학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영어에 자신도 없었고 4년 동안의 학비와 생활비는 불가능했다. 빨리 졸업해서 돈도 벌고 이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컴퓨터 계통이 이민도 쉽고 취직도 잘된다는 말에 혹해서 2년제 전문대에 입학했다.

그리고…… 아주 나쁜 성적으로 거의 4년 만에 졸업했다.


쉬운 길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결정하기 전에 유학원 가서 상담이라도 해 봤으면 좋았을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거 하라고 누가 말해 주는 사람이 있었더라면….(또 그놈의 남 탓이다)

하기야 그때는 누가 얘기해 줘도 귀에 안 들렸을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어쨌든, 참 많이 빙빙 둘러서 온 거 같다.

없는 형편에 외국인 학생들이 내는 비싼 학비와 마음고생을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하지만 또 어찌 보면 그런 과정이 필요했고 그동안 나는 성장했다고 믿는다.

그렇게 싫었던 컴퓨터 관련 공부가 지금 하는 공부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배워서 버릴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음운학. 학교 노조 파업이라 온라인으로 두 달 수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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