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애국가의 첫 구절
7월 1일이 캐나다의 날, 건국 기념일이다.
남편 절친, 네 가족이 하나도 빠짐없이 모이는 날이 크리스마스와 캐나다 데이이다.
이 날은 주로 수영장이 있는 친구집 뒤뜰에 모여 물놀이하고 바비큐 하는 날이다.
실은 다들 이날에 크리스마스 모임보다 더 들떠 있다.
이 날은 길고 긴 겨울이 마침내 끝났음을 알리는 날이고
애들에게는 두 달의 방학이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는 겨울이 너무 길다. 일 년의 반은 아주 춥다.
하지만 여름 두 달은 너무 아름답다.
친구들은 캐나다데이에 진심이다.
단풍 국기를 곳곳에 장식하며 옷들도 다들 국기를 연상시키는 흰옷과 빨간 옷을 많이 입거나 적어도 캐나다 글자가 프린트된 옷을 입는다.
애들 어렸을 때는 아빠들이 근처 공터에서 불꽃놀이를 나름 크게 준비했었다.
나는 20대에 한국에 살기 싫어서 캐나다에 왔다.
캐나다가 결코 좋아서 살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탈출이라는 필요에 의해 선택한 나라라 한 번도 이 나라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
답답하고 갈 데도 없고 날씨도 춥고…. 나에게는 그냥 자연밖에 없는 나라다. (나는 자연보다는 인위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항상 불평만 하고 살았다.
그래서 친구들의 캐나다데이 스피릿에 의아해하곤 한다.
남편 대학 절친들과 그 커플의 구성은 이렇다 -
중국계, 인도계, 백인/영국계, 한국계 검정머리 외국인/한국인. 그러고 보니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한 우리 친구들이 진정한 캐나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는 중국인이 많아 백인들 보기 힘들다. 그래서 애들이 야구장에 가거나 백인동네에 가면 백인들이 왜 이렇게 많냐고 묻는다.
남편과 나는 어떻게든 이 나라를 뜰 궁리만 해 왔다.
실제로 몇 년 떴으나 다시 제자리로 왔지만 말이다.
나이 드니 더운 건 참아도 추운 건 참을 수가 없다.
특히 겨울엔 4시면 어두워져서 더 우울하다.
요새는 여기도 치솟는 물가와 치안이 날이 갈수록 험난해진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 한숨 나고 걱정도 많이 된다.
정이 많이 든 거 같다.
그래도 내 남편과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이다.
그리고 어느덧 나의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렸다.
빈손으로 젊음만 가지고 온 나에게 기회도 주었던 순박하고 착한 나라이기도하다.
떠날 땐 떠나더라도 여기 있는 동안은 이 나라를 사랑하려고 한다. 나도 이날 처음으로 빨간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