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지 페스티벌
토론토는 여름이 짧아서 여름 두 달 동안 여기저기 축제들이 많이 열린다. 살사 축제, 재즈 페스티벌, 바비큐 립, 카리바나, 각종 민족들의 음식 축제 등 셀 수 없이 많다.
남편과 나는 애들 태어나기 전에 프린지 페스티벌이라고 연극, 뮤지컬, 코미디쇼를 포함한 행위 예술 축제를 즐겼었다. 지금은 티켓이 20불 하지만 당시는 5불이었었다.
우리가 좋아했던 작품들은 기억이 생생하다. 아직도 얘기하곤 한다.
이번 여름, 남편과 나는 작정하고 애들과 함께 프린지 페스티벌을 즐기기로 하고 남편은 그를 위해 2주 휴가를 냈다.
다운타운 전역에 걸쳐 2주 동안 무수히 많은 공연들이 있기에 프로그램이 나오자마자 남편은 열심히 우리의 시간표를 짰다.
먼저 어떤 걸 볼건지 대충 정해야 하고 동선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애들이 좀 커서 볼 수 있는 공연이 많았다.
한 시간이라 작은애가 좀 무료해한다 싶으면 마칠 시간이 되기에 시간도 적당했다.
거의 일주일 동안 우리 가족은 공연을 위해 다운타운으로 출퇴근을 했다. 토론토 외곽지로 이사 오고 나서는 다운타운가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이젠 작은애가 좀 크고 나니 다운타운 가기가 수월해졌다. 애들이 그동안 쇼핑, 식당, 야구장에 가면서 다운타운을 알아가고 좋아하는 것 같다. 젊고 생동감 있어서 우리가 사는 동네랑 다르게 쿨하다고 느낄 것이다. 쓰레기 냄새가 나고 길도 지저분 하지만 말이다.
한 번씩 시행착오가 있기는 하다.
남편이 너무 보고 싶은 거라서 갔다가 좀 낯 뜨거운 부분이 있어서 잠깐 곤란했다. (14세 이상 공연이었는데… 관객 중에 애들이 하나도 없어서 초반부터 좀 불안했다).
작은 공연장에 많이 사람들이 있는 데서 남편이 감기에 걸려 휴가의 반은 공연은커녕 앓아누워서 아무 데도 못 갔다.
몇 편 밖에 볼 수 없어 아쉽지만 그나마 애들이 즐기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게임과 수많은 정보의 동영상들로 수동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창의력도 없어지지 않을까, 남자애들이라 감수성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엄마로서 항상 걱정이 많다.
이런 창작 공연들로 뇌가 막 자극되어 창의력이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가 이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이유는 싼 가격으로 예술 공연을 맘껏 즐기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큰 제작자들이 하지 않을 작품들이 많아서 생소하지만 너무나 참신한 작품들도 많다.
간혹 아마추어들이지만 시험적인 작품들을 보는 것도 너무나 신선하다.
예로 생쥐 분장한 두 연기자가 나오는 연극이라 기대하지 않고 시간이 대충 맞아 보게 되었는데,
너무나 재미있었다. 한 시간이 10분 정도로 느껴졌다. 애들은 한 번씩 그 생쥐 연기자와 그들의 대사를 흉내 내곤 한다.
그리고 뮤지컬이 아닌 경우는 주로 관객들을 주로 많이 참여시킨다.
연기자가 직접 객석을 돌아다니면 질문한다던지 연기자가 지적해서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들여 뭐 이것저것 시킨다던지 한다. 나도 한번 지적되어서 무대에 선 적이 있다. 줄무늬 티셔츠, 동양인, 정 중앙 자리…. 완전한 타깃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즐기려고 작정하고 온 사람들이라서 누가 뭘 하건 웃고 즐긴다. 나도 그랬다.
20불의 티켓값은 연기자들에게 돌아가고 입장 시에 팁통에 팁을 넣을 수 있는데 이 팁은 발런티어들, 행사 진행 스태프들에게 돌아간다.
돈보다도 이 행사를 일 년 동안 기다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을 입장할 때부터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연극 입장 시부터 설렌다.
예술가의 삶이라서 때로는 힘들겠지만 그들을 마음깊이 응원한다. 세상에 포기하지 말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하고 살았으면 한다. 그들의 열정과 상상에 더 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아서 감정이 풍부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지폐의 팁을 줬더니 이런 뱃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