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의 기록 (29)
@임신 39주 차 - part 2
유튜브를 보다 보면 정말 너무나 많은 출산 육아 브이로그가 있음에 놀라게 되고, 그중에는 유도분만 성공 혹은 실패, 제왕절개 후기 영상도 정말 많다. 유도분만 일정이 잡히다 보니 관련 영상을 계속해서 많이 찾아보게 되었는데 모두 너무나 힘들어하는 모습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또, 영상뿐 아니라 출산 어플의 글들에서도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치는지 텍스트만으로도 생생히 알 수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다가도 그런 글과 영상을 접하면 어쩔 수 없이 조금 긴장을 하게 되었다.
반면에, 며칠 전에 만난 언니의 경우 쌍둥이를 유도분만으로 출산했는데 촉진제를 맞았을 때는 오히려 너무 졸려서 진통이 크게 와닿지 않을 정도였고 출산 때만 힘들었다고 한다. 회음부도 좌욕을 많이 해서 그런지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았다고...?!! 흔히 말하는 사바사라는 것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제왕수술보다 유도를 하더라도 자연분만에 성공하는 것이 훨씬 좋은 것인지 이렇게 상반되는 후기를 듣고 보다 보면 헷갈리게 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자'는 것. 내가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도 안될 수 있고, 힘들어도 어떻게 유도분만에 성공할 수도 있고.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니 그저 하늘에 맡기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어떤 방법으로 출산을 하든 고통은 따를 테니...?
출산 전 마지막 진료일은 목요일, 예정일은 토요일, 유도분만 시작일은 다음 주 월요일인 관계로 이제 우리에게 아기 없이 지내는 날은 최대 3일만이 남게 되었다. 이 말은 곧 둘만의 데이트를 할 수 있는 날이 3일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편에게 금요일 점심 때는 오래간만에 브런치라도 먹으러 나가자고 제안하고 열심히 찾아본 결과 20분 정도 거리의 한옥 브런치 /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기로 했다.
유도분만 일정을 잡고 오긴 했지만 그전에 언제라도 신호는 올 수 있는 법. 이제는 모든 끼니가 출산 전 최후의 만찬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맛있는 것을 골라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선택한 레스토랑은 매우 성공적! 2인 스테이크 세트를 시켰는데, 식전빵부터 샐러드, 파스타, 안심스테이크에 후식까지 정말 남김없이 싹싹 긁어먹었다. 재방문을 할 의사도 있는 레스토랑이었지만 근시일 내에는 어렵지 않을까...? 대신 2층 대관을 통해 웨딩이나 돌잔치를 한다는 안내가 눈에 띄었다. 한옥레스토랑이라 건물도 예쁘고 2층에서 보면 바로 앞에 한강도 잘 보일 것 같은데, 어느새 내가 돌잔치 안내가 눈에 띄는 상황이 되다니.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이렇게 만족스러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약 30분 후에 혈당 수치를 재야 하는 타이밍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자 건물 헬스장에 가서 30분 정도 러닝머신을 걸은 후 수치를 재보았다. 이 날 브런치의 마지막은 쑥 티라미수가 장식했는데, 사실 이 때문에 혈당이 많이 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더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100도 안 되는 수치가 나와버렸다. 저기... 티라미수에 에이드까지 마셨는데요...? 임당 관련 글들을 보면 막달의 기적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설마 저도 그런 건가요?' 생각을 하며 남은 이틀도 열심히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최후의 만찬을 즐겨보자는 생각을 해버렸다.
그러고 보니 예정일 전 날이었던 금요일에 건물 헬스장에 가서 러닝머신을 걸은 후 돌아가려고 할 때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그날은 평일 점심 때라 운동하던 인원이 별로 없기도 했고, 내가 걸은 후 돌아가려고 했을 때는 그나마 운동하던 사람들도 다 빠져나간 뒤라서 관리하시는 분이 입구 근처에서 운동을 하고 계셨다. 이번 달에 처음 헬스장을 방문했을 때 비어있던 러닝머신이 없어서 관리자 분이 임산부냐고 물어보시고는 다른 적당한 운동기구를 추천해 주셨는데, 그 이후에 임산부였던 나를 기억하고 계셨나 보다. 신발을 갈아 신고 있는데 예정일이 언제냐고 물어보셔서 "내일인데 아직 소식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더니, 예정일이 내일이라는 말에 순간 당황하신 눈치였다. 순산하고 내년에 관리하러 오시라고 해서 "네~ 감사합니다" 하고 집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속으로는 '저 내일도 운동하러 올 것 같은데요..'라는 마음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소리대로 예정일인 그다음 날도 헬스장을 찾았다고 한... 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