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사이즈의 책이라서 그럴까. 내 책 입고를 하러 간 서점에서 눈에 띄어 들고 온 "내가 선택한 일터, 싱가포르에서". 책의 제목과 표지 뒤편에 나온 본문 한 파트만 읽었을 때는 단순히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우리가 흔히 듣는 해외취업의 밝은 부분을 보여주는 해외취업 성공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다 읽은 지금, 외국계회사만 다닌 내가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아, 그래서 싱가포르 사람들에 대해 내가 그런 느낌이 들었구나'였다.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줄곧 외국계 회사에서만 근무를 해 온 나. 대부분의 외국계 회사는 주로 싱가포르에 APAC 거점을 두고 있어서 나의 정식 매니저가 싱가포르 사람이 아니더라도 싱가포르 직원들과 가깝게 일을 할 기회가 많다. 나 역시 그랬다. 물론 일 잘하고 착한 직원들이 더 많았으며, 고마움을 느낀 부분이 많았지만 종종 싱가포르 직원들에게 느꼈던 낯선(?) 점들을 몇 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일을 할 때 되게 보수적이고 예민한 듯 차가울 때가 있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이건 진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인데?' '저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이야기한다고? 너무 못되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내가 너무 물렁물렁한 인간인가 싶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왜 내가 그렇게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든 장점만, 혹은 단점만 가질 수는 없으니 싱가포르 사람들도 마찬가지일터. 책을 읽으니 얼굴도 모르는 작가분이지만 마치 잠시 같이 일을 한 것 같은 동질감이 들었다. 마치 함께 근무하는 직장 동료와 수다를 떤 것 같은 느낌이랄까?
또, 잠시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근무를 한 것이 아니고 몇 년을 그곳에서 일을 하며 거주하신 분이 쓰신 책이라 그런지 여행만 가서는 알 수 없는 싱가포르 직장인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책을 읽고 있는 중에는 내가 마치 싱가포르 현지에서 작가 분과 함께 집을 구하고 취업활동을 하고 직장 생활을 하는 생생함을 느꼈다. 수박 겉핥기식의 묘사가 아니라 경험해 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내용이랄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원래 사려고 했던 책이야!' 하고 구매한 책이 아니었기 때문에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재밌게 잘 읽혀서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해외에서 일하며 생활하는 삶이 어떤지 궁금한 분들에게 일차적으로 매력적인 책이겠지만, 내 생각에는 어디서든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과 부러움, 그리고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며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 어떠한 광고나 협찬(?)은 전혀 없이 순전히 저의 취향으로 구매한 책에 대한 감상문임을 밝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