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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히엔 May 09. 2024

둘이 살기 0년 차

히엔과 필군의 함께 쓰는 결혼준비 기록 - 3

스드메 말고 드메만 하겠어요


나는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기에 이 부분을 플래너 님께 말씀드렸고, 요새는 단품만도 많이 한다며 ‘드메’ 상담에 들어갔다. 그리고 빠르게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 목록들을 카톡으로 전달해 주셨다. 사실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다비치 이해리 님의 웨딩드레스가 눈에 띄어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해당 드레스샵 이름을 말씀드리니 그곳은 주로 셀프웨딩에 어울리는 드레스라 풍성함이 덜할 수 있다며 비슷한 느낌의 추가 리스트도 함께 공유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일반 웨딩홀에서 하기에는 드레스가 너무 원피스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나는야 귀 얇은 신부님.


마침 금요일 오후에 드레스샵과 메이크업샵 목록들을 받은 터라 주말 동안 열심히 리스트에 나온 곳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우선 메이크업샵의 경우 특별히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이 내가 화장의 ㅎ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어떤 곳이 나에게 맞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메이크업 까막눈(?)이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약간의 검색도 해보며 두 곳을 추렸다. 


드레스샵의 경우 꽤 많은 리스트가 있었기에 다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는데, 재밌는 것이 한 곳 두 곳 살펴보다 보니 의외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드러났다. 비즈가 화려하게 박힌 약간은 공주풍의 드레스도 좋지만 생각보다 우아한 기본 실크 드레스도 괜찮았다. 그리고 상체에 포인트가 있는 디자인이 유독 내 눈을 끌었다. 마치 온라인 드레스투어를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것도 하다 보니 묘하게… 즐겁네?   


한껏 흥이 오른 나는 필군에게도 한 번 봐보라며 보챘지만 그는 일단 밥을 먹고 파인애플을 먹으면서 보자며 자꾸 보는 것을 미뤘다. 나는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요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필군의 반응은 생각보다 격하지(?) 않은 것 같다. 왜지? 왜 평소보다 텐션이 더 낮은 것 같지? 




예랑은 투머치 F?


월요일을 코 앞에 둔 일요일 밤. 필군이 갑자기 ‘쟈갸’라고 나를 불렀다. 필군이 이렇게 부를 때마다 나는 불안하다. 뭔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참이기 때문인데 나는 당최 필군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안 될 때가 대부분이다. 오늘도 그렇다. 그리고 필군이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난 열심히 노력할 거고 최선을 다할 거지만 좋을 수도 있고 더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을 수 있어.”

“자기랑 함께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건데 나한테 그게 잘한 선택이었다는 걸 조금씩이라도 보여줄 수 있을까?”

“내가 불안한 이유가 나는 행복한데 자기는 안 그래 보여서 일지도?라는 질문이 나왔는데 스스로 답을 못했어”


헉… 이 정도로 생각한다고???? 나는 나름 결혼준비에 막 신나 하고 있었는데 '내가 행복해 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내가 안 행복해 보이냐고 반문했더니… 그의 왈.


“아 그냥 그렇게 하겠다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잠시 빵 터지더니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자기의 최고의 선택지였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데 어려워”


나의 대답은,

“그건 단번에 짠! 하고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드러나는 거지”

“그래…. T가 어디 가겠어.. 그냥 그렇다고 하면 될 걸…”

“휴.. F는 힘들군… 헉 설마? 이것은? 다이어트의 부작용??”

“뭐래.. 혼전 우울증이래”

“흠.. 혼전 우울증은 보통 여자가 많이 걸리지 않나?? 그건 그렇고, 저기.. 아직 날짜도 안 잡혔는데요?”


이렇게 생각해 주는 남자친구가 감사하면서도, 앞으로 헤쳐나갈(?) 결혼준비 아이템들이 한가득인데.. 라며 앞으로 할 일들을 생각해 버리는 나는 어쩔 수 없는 T 여자친구인가.


내가 대화 중에 “자갸”라고 부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환기?? (미안…) 

두 번째는 집중을 시키기 위한 호칭, 진지한 대화를 하기 위한 초석

세 번째는 그냥 부르고 싶으니까? 부끄러운 애정표현을 하기 위한 초석? 


이 정도인 것 같다. 

해주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데 결혼준비를 하느라 정신없는 걸 보니, 그런데 그 와중에 일 때문에도 정신없어하는 걸 보니 맘이 편치 않아서 안심을 시켜주고 싶어서 시작한 대화였는데 이렇게 반응하니 신기하군…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해 히엔의 행복을 위해 뛰어다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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