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종이타월의 예측 실패

넛지 이론 개념으로 들여다 보기

by 마하비행

1. 일반 화장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응식 종이 타월 설치물입니다. 설치 처음에는 디폴트 타월이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설정을 바꿨는지 타월 한 장이 미리 나와 있더군요.

2. 변화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우선 저 개인부터가 타월 소비량이 많아지는 걸 느끼겠더군요. 이미 나와있는 한 장이 물론 기분 탓이겠지만, 깨끗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 것부터 쓰게 되더라고요. 또는 그냥 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약 2장 정도를 쓰는 습관이 3장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3. 다시 그 후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겁니다. 미리 나와 있던 타월 한 장은 종적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아마 시설물 관리자도 갑자기 늘어난 종이 타월의 양을 놓치지 않았을 테지요.

4. 관리자는 어쩌면 리처드 탈러의 <넛지> 기법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여기에서 넛지란 '팔꿈치로 쿡쿡 찌른다'라는 의미로 '타인의 선택에 개입해 원하는 어떤 방향으로 몰아간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용자의 편의와 위생을 위해 미리 나와 있는 한 장의 타월이 유인 효과를 발휘할 거라고 생각했겠지요.

5. 하지만, 그 한 장을 바라보는 소비자 심리는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죠. 소비자를 위한 편리와 최신이 기업 입장에서 언제나 좋은 결과만을 가지고 오지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케팅이 힘들면서도 묘한 매력이 있는 이유도 이와 같겠지요.

6. 마케팅을 단순히 비용 투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우리 이미지를 알리는 일이라고 정의하는 것에 어쩌면 좀 더 신중해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전략과 의도의 그 일 역시 비용 효율을 비켜 갈 순 없을 테니 말입니다.

7. 이래저래 미묘한 소비자의 심리에서부터 결과의 효율까지 '예측'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세상입니다. 종이 타월은 단순히 물 묻은 손을 닦는 것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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