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인재] 1. 구조 조정의 의미
평생 멀리해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 내가 위기일 때 나를 공격하는 사람이다."
1. 2018년, 중국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기업들은 위기라는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처음에는 소비재 기업 위주로 어려워지더니, 급기야 나비효과처럼 빠르게 한국 기업들의 공생 네트워크의 붕괴를 가져왔습니다. 한국계 광고 대행사 역시 그중 하나였고요.
2. 구조조정이 이루어지거나, 남은 직원들의 급여는 동결되었습니다. 중국 주축 멤버들은 각자 살 길을 찾아 중국 광고 대행사로 옮기기 시작하더군요. 그런 사이에 과거라면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직원들까지 관두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하더군요.
3. 직원 A는 10년 넘게 근무했지만 크게 두각을 나타내는 부류는 아니었습니다. 처음 2명의 핵심 시니어가 사직서를 내자, 그들과 같은 직급이었던 A는 다음 날 슬그머니 제 사무실로 찾아와서는 상당히 긴 시간, 자신의 성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 보통 사직서를 낼 친구들은 어렵게 말문을 열지만 자기 이야기를 명료하게 하는 편입니다.
4. 직원 A는 눈치를 살피더니, 자기도 사직을 할 생각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가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말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라고 하자. 그제야 '급여 인상' 이야기로 으름장을 놓기 시작하더군요. 자신까지 빠지면 조직에 중간층이 와해된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일단은 제가 아쉬운 처지라 겨우 달래 자리로 돌려보냈습니다.
그 뒤로 제가 어떻게 변했냐고요.
1. 구조조정도 시나리오를 가지고 해야 한다.
1) 일방적으로 직원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구조조정은 말 그대로 조직의 구조를 효율화로 바꿔 나가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효율이 떨어지는 조직을 개선하는 가운데 불가피하게 인력 다운사이징이 발생하는 것이지,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애초의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2) 그러므로 구조조정은 재무뿐만 아니라, 향후 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시나리오 작업이 필요합니다.
2. 인재는 오히려 더 늘려 나가야 합니다.
1) 가장 이상적인 구조조정을 "V 자" 형태로 뽑습니다. 비효율 조직은 줄이는 반면, 효율이 나는 조직은 오히려 과감히 조직을 키우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쪽은 내려가지만 반대는 올라가는 "V 자" 모양이 되는 것입니다.
2) 기존의 인재가 2명이 빠진 자리에 2명 몫을 할 수 있는 S 급 인재 1명을 채용해야 합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어려워질 때, 과거에 비해 인재를 구하기는 쉬워지는 역설이 숨어 있습니다.
3) 저는 법인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웹 디자이너를 먼저 보강했습니다. 과정 설명은 생략하더라도, 확실히 고객의 불만이 최대 80%까지 줄어드는 눈에 띄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3. 역발상이 필요합니다.
1) 한국인 인력은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인원만을 채용하는데 저는 오히려 한국인 인력을 늘렸습니다. 일단 책임감에서도 탁월하고, 무엇보다 중국 로컬 기업으로 쉽게 옮기지 않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2) 상하이 사무실을 오히려 확대했습니다. 확대는 광고가 아니라. 광고 회사의 영역이 아닌, e-Commerce 조직을 신설하는데 투자했습니다.
고마운 A가 찾아왔습니다.
1. 이미 앞서 말한 3가지 실행이 어느 정도 진행된 뒤였습니다. 다시 급여 인상을 말하길래 제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사직서를 제출해도 된다."라고 했더니 그 뒤로 다시는 으름장을 놓지 않더군요. 물론 그렇다고 일을 예전처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2. 그래도 A라는 직원 덕분에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번쩍 정신 다시 차렸으니, 저에게는 고마운(?) 직원입니다. 사실 A는 조직이나 저라는 개인이 약점을 파고들어 공격 한, 질(質)이 그리 좋은 직원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A와 같은 부류의 직원들에게 이 조직을 뺏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저를 빠르게 움직이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물론 앞서 소개한 3가지의 변화 사례 중에는 현재까지 완결하지 못한 것도 있고 어느 것은 소기의 결실을 맺은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4. 직원 개개인에 의존하거나 초점을 맞춰서는 안됩니다. 팀이 움직이도록 만들고, 그다음 더 큰 구조가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것이 구조조정의 본질에 가까운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