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독전'(2018년, 감독 이해영)에서 형사 조원호 (조진웅 분)의 대사가 의미심장합니다."어떤 한 인간을 집착하다 보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기거든." 집착이 신념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신념. 대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고 있기 때문에 희생하면서까지 이루려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2. 저는 2015년도에 Wechat이 Open API를 발표했을 때, 한국에서 원격으로 Wechat에 eCommerce 서비스를 할 수 있는 'commerce Hosting 플랫폼 <한즈멍>'을 개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소속된 회사의 사내 인큐베이팅 지원을 받았죠. 저도 회사도 그때는 경험 부족과 내부 CEO 교체 등으로 1억 남짓 돈을 들여 고객사 10개 유치하고도 패치 버전을 못 만들어 내서 1년여 만에 플랫폼을 내려야 했었죠. 당시 중국에서 저와 비슷한 시기에 같은 콘셉트로 중국 로컬 플랫폼 '코다이통'과 '웨이멍' 두 회사는 5년 안에 미국 나스닥 상장을 했다는 뉴스를 나중에 접했었죠. 제 신념의 실패를 맛본 순간이었습니다.
3. 그 뒤로 시간이 흘러, 제가 10년을 고민했던 '소비자 Data'와 Performance 광고 간에 빈 공간을 2022년에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10년을 Performance 광고를 다 보니, 비어 있는 공간들이 보이게 된 거죠. 아마 같은 업계 종사자라면 다들 알면서도 넘기는 부분일 겁니다.
4. 그걸 해결하고 싶었고, 솔루션을 기획해서, 여기저기 설명을 하고 다니는데, 좀처럼 설득이 잘 안 되네요. DMP 당사자들도 만나보고, 마케팅 테크 솔루션 제공 업체도 만나보고, Data 제공 업체들도 만나보고, Research 회사들도 만나 보았지만, 다들 공감은 하지만, 확실히 Lock in인 쉽지 않습니다. 과거 실패했던 한즈멍 사례가 머리 속에 오버랩됩니다.
5. POC 개발이나 프로토타입 준비가 안된 저게도 문제는 있습니다. 오늘도 이런저런 사례와 자료를 찾다 보면, 지금 '이 솔루션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는 신념이 듭니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신념이 생긴다는 말. 그래서 공감이 됩니다. 물론 그 신념에 매몰되면 안 되겠지만. 그다음에 이어지는 조원호 형사의 대사가 이겁니다. "누군가를 계속 쫓다 보면, 왜 쫓고 있나 잊게 돼. 너희는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