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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Aug 24. 2018

[서치] 리뷰 - 듣도보다 못한 영화 방식

초현대적 미스터리 스릴러

*이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가 제공한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참신하다. 몰입된다. 지루함이라고는 단 1분도 허용치 않는다. 초현대적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서치.


너무나도 기발한 영화 한 편이 나왔습니다. 영화적 형식 면에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크린 구성으로 극을 끌고 가다 보니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의 내용 구성이지만, 지루할 새를 느낄 수 없었고, 내용과 형식은 한 몸통인 양 새로운 형식은 내용조차도 참신하다 느끼게 만들어 버립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서 비자발적(?)으로 선택하여 보게 된 영화인데 감독 이름이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하여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고 나서 이놈 누구야?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인터넷으로 마구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이 작품은 감독의 처녀작입니다. 이력이 특이한데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구글 광고팀에서 일했답니다. 광고 작업을 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장점과 한계점을 그어주는데, 아래에서 자세히 논해 보겠습니다. 영상 편집 감각은 타고났는지 대학시절 같은 대학 졸업생들과 친구들끼리 2분짜리 영상을 구글 글라스를 통해 만들었고 이 영상이 YouTube 히트를 치며 구글에서 입사 제의가 왔다고 합니다. 이 영상 또한 볼만합니다. 영상은 밑에 첨부해 놉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vo6ls7edUQ&feature=youtu.be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로 여태껏 보지 못한 방식을 보여주는 영화 '서치'는 정말 단순한 스토리 라인입니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정말 뻔한 내용이지만 보고 난 관객분들은 절대로 뻔한 내용의 영화라고 말 못 할 겁니다. 너무도 흔하디 흔한 주제의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 내용에 대한 해석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왜 이리도 이 영화가 참신하게 느껴지는지, 뻔한 내용이 새로운 형식을 만나 어떻게 참신한 영화가 되는지 이야기해보고, 이 작품의 영화적 성취도에 대해 논해볼까 합니다. 아래 글들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 저의 글과 함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여운을 만끽하셨으면 하는 마음에 적습니다.



1. 형식과 내용


영화를 보고 나서 이상하리 만치 '마담 보바리'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떠올랐다. 물론 소설의 내용은 영화와 전혀 상관이 없다. 아마도 영화 '서치'의 스타일이 워낙 독특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언 설명하자면 플로베르는 소설에서 내용과 형식 중 무엇이 중요하냐는 친구들과의 논쟁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소설을 썼고 '마담 보바리' 같은 명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뜬금없이 소설가 이야기를 꺼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 한 편에 자신의 모든 혼을 쏟아붓는다.  분명히 영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고, 영화 '서치' 제작자의 말을 통해 그 목표와 플로베르와의 연결지점을  엿볼 수 있었다. "스크린을 끼고 사는 삶에 맞는 언어는 영화 제작의 필수 불가결한 새로운 파고다." 제작자가 굳이 '언어'라는 단어를 언급한 점에서 플로베르의 예술론을 떠올릴 수 있다. "한 가지 생각을 표현하는 데는 오직 한 가지 말 밖에 없다."


현대인은 더 이상 일상생활에서 스크린을 떼어 놓을 수 없다. 이 모습은 너무도 평범한 사실이고 영화 제작자는 영화 '서치'와 같은 형식의 영화 스타일을 통해 표현해 낸 것이다. 플로베르가 언어를 매만지면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의 형식을 찾아내고 이 언어의 형식이 어느 작품보다 사실적인 묘사가 된 연유에는 작품에서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플로베르에게서는 소설의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 유부녀의 간통 사건이 주제인 그의 소설 '마담 보바리'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재이지만 그가 찾아낸 언어의 스타일은 어떤 작품보다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를 만들어 낸다. 영화 '서치'도 지향하는 목표지점이 동일하다. 스릴러 영화에서 끊임없이 봐온 실종당한 딸을 찾는 아빠라는 뻔하디 뻔한 소재로, 온라인에서의 삶이 우리의 삶의 방식인 현대인에게, 새로운 영화 스타일을 통해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의 사실적인 묘사라 느끼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모든 장면은 모니터 화면 속 모습이다. 장면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고 스크린에 전송되어 오는 장면들이다. 인터넷 공간에 접속해야지 내가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며, 온라인 공간이야말로 세상을 가장 많이 접하는 수단인 현대인에게 영화 '서치'가 발견해낸 영화적 기법은 관객을 현실인 것 마냥 영화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2. 한계점


예술이란 무엇일까? 훌륭한 영화의 기준점은 무엇인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답에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어떻게 평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객관적인 척 단정 지어 말해보고자 한다. 예술이란 무생물을 생물로 만드는 시도라 여긴다. 죽어 있는 허구를 살아 있는 사실처럼 만들고 느끼게 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 '서치'는 훌륭하다고 본다. 허구적 상상력을 통해 이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로 관객이 있을 법한 이야기라 여기며 몰입하게 해준다.


하지만 예술을 들먹이기에는 깊이가 부족하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지만 오락 영화의 범주에 머무를 뿐이다. 만약 감독이 실종된 딸의 흔적을 찾아가는 아빠의 심리상태를 더욱 집요하고도 끈질기게 파고들었다면 평은 달라졌을 것이다. 관객이 피상적으로 딸 잃은 아빠의 동요를 느끼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주인공의 마음이 되어 모든 것이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의심스러우며 슬픔에  잠겼을 것이다.


여기서 감독의 한계점이 노출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가장 효과적인 표현을 연출해야 하는 광고처럼 이 영화는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는 잘 짜인 내용 구성이다. 하지만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영화를 듣도 보도 못한 기발한 연출법으로 만들어낸 상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총평


'아니시 샤간티' 그의 작품은 기발하고 참신하며, 차기 작품 또한 그러하리라 기대된다. 액션물이 아니면서도 액션 스릴러 '테이큰'에 견줄만한 긴박감을 조성하고, 반전을 선사하는 스토리 라인에 이골이 난 우리에게 아직도 반전의 충격은 유효하다는 듯 '유주얼 서스펙트'급의 반전을 보여준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서치'가 모니터 화면과 기술문명의 의존성에 의해 우리가 가족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나 생각해보게 만들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도 덧붙여 말하기를 기술문명의 나쁜 측면만 항상 부각되는 느낌이 있는데,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성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감독의 의도처럼 영화 속 실종된 딸의 SNS 계정을 추적하는 내용 중에 온라인 공간에서 맺어진 인간관계가 얼마나 허망한지 드러나게 된다. 이처럼 그곳에서의 위선과 허영을 그려내기도 하지만 결말 부분에 와서 가족의 사랑 또한 Face Time을 통해 전달되고 저장된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의 의도처럼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SNS의 폐해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이 사실이 영화를 통해 새롭게 전달되지도 않는다. 그저 풍자와 조소만이 관객을 즐겁게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 잘 짜인 스토리 라인에 몸을 맡기면 관객은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고 극의 전개는 긴박감을 자아낸다. 결말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은 흥미진진해진다. '서치'는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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