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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Sep 06. 2018

[체실 비치에서] 첫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

영화 후기 - On Chesil Beach, 2017

*이 리뷰는 <브런치 무비 패스>가 제공한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첫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


운명적인 만남으로 보였다.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공간은 그로 가득 채워지고, 그녀에게 주변의 소리는 의미 없는 웅얼거림이 되며, 시선은 서로에게 고정된다. 사랑은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사랑은 특별하다. 플로렌스와 에드워드의 사랑도 역시나 특별했고 보는 이들을 애틋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은 체실 비치에서 헤어진다.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 첫날에 그들은 서로를 잊고 싶은 존재로 만든다. 왜 그랬을까?


클래식을 좋아하고 전공하는 플로렌스에게 역사학도 에드워드가 행복을 갈구하는 눈빛으로 나타난다. 수석 졸업의 기쁨을 누군가에게 알리고 싶고 잘했음을 인정받고 싶은데 가족은 그의 기쁨에 무관심하다. 엄마는 미쳐있고 여동생들은 자기들끼리만 즐겁다. 에드워드는 운명에 이끌리듯 기쁨을 나눌 친구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그곳에 플로렌스가 있었고 에드워드가 향했다.


그들의 공통점이 서로를 알아보게 만들었을까? 클래식을 전공하는 모범생인 플로렌스는 모범생 역사학도 에드워드의 기쁨을 자신도 알고 있는 기쁨인 양 칭찬해주고 인정해준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게 된다. 서로를 알기에 기쁨을 나눌 수 있었고 사랑하기에 같은 음악을 듣고 이야기하며 미래를 꿈꾼다.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들은 왜 헤어졌을까? 사랑이 애틋하면 헤어짐은 너무도 가슴 아프다. 미쳐서 그림만 그리는 엄마의 존재로 에드워드의 집에는 항시 우울이 감돈다. 그런 그의 집에 초대된 플로렌스는 그녀의 사려 깊음으로 집안에 따뜻함이 스며들게 한다. 집안의 우울이 그녀 덕분에 따스함으로 변하매, 에드워드는 홀로 복받쳐 펑펑 운다. 헤어지지 말아야 할 인연 같은데 그들은 헤어졌다.


헤어짐의 이유가 왜 그러했을까? 부잣집 따님인 플로렌스는 부르주아 부모님과 반대로 히피 문화의 한 축인 반전운동에 적극적이다. 가정에서의 도덕적 엄숙 주의에 대한 반발 일지 모르지만 그녀는 히피들이 지지하는 반전운동을 옹호한다. 짜인 틀의 클래식을 연주하는 그녀에게 도덕은 강박일 수 있었고 유년시절의 알 수 없는 상처는 그런 강박을 뿌리치기 힘들게 만든다. 정신적으로 옭아매어진 플로렌스와 달리 몸의 욕구에만 사로잡혀 모든 것이 서툰 에드워드에게 사랑이 만들어낼 육체의 속삭임은 진중하지만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공통점이 연인들을 이어준다면 차이점은 그들을 헤어지게 만들고 서로에 반발하게 만든다.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 에드워드는 그녀로부터 달아나려는 듯 도덕과 거리가 먼 자유분방한 삶을 산다. 클래식이 아닌 음악을 들으며...


첫 경험이라는 신성한 제의를 온전히 해내지 못한 벌을 받는 것일까? 그녀를 잊지 못하는 에드워드의 삶은 처연하게 느껴진다. 오래전 제주도가 신혼여행지일 때 저녁시간에 호텔 밖을 나와보면 남자들이 심각한 얼굴로 담배를 뻐끔뻐끔 피웠다고 한다. 여성의 혼전순결이라는 강박이 그들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낸 거다. 성과 사랑은 서로 떼어 놓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보다 성을 더 크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싶다.


자존심에 상처받아 마지막 순간 돌아보지도 그녀를 불러 세우지도 못한 에드워드가 성이 아닌 사랑을 바라보았다면, 뒤돌아 그녀를 불러 세워 내 옆에 있어 달라 하지 않았을까? 그의 인생을 알기에 홀로 남겨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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