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 Lee Feb 25. 2016

우울증 vs. 자폐증

너의 행복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앞서 인간의 두뇌는 정교한 신호처리기라는 내용을 살펴본 바 있다. (안 읽었으면, 빨리 읽고 다시 오자.) 이어서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에 따라 이 필터의 초기치가 다른데, 그 값에 따라 낙관적인 사람, 비관적인 사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값은 선천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라 이미 태어날 때부터 밝고 즐거운 삶을 살지 어둡고 우울한 삶을 살게 될지가 정해진다. 이후 노력에 따라 조금 나아질 수 있겠지만 타고난 팔자라는 말이 어찌 보면 맞는 말이기도 한 것 같다. 다시 말하자면, 태어날 때, 물려받은 23쌍의 유전자가 인간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다.


로패스 필터가 우울한 기분을 담당하고 하이패스 필터가 즐거운 기분을 담당한다고 가정해 보자. 로패스 필터의 기본 통과치가 낮다면 웬만한 불행한 일은 두뇌 속의 신호처리기까지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하이패스 기본 통과치가 낮다면 조그만 기쁜 일이 일이 있어도 마냥 즐거울 것이다. 로패스 필터의 기본값이 높다면 보통 사람에겐 무덤덤한 일도 매우 불행한 일로 느껴질 것이다. 하이패스 필터의 기본값이 높다면 모두들 즐거워할 일에도 그저 그런 담담한 맘이 들 것이다. 그럼 이제 이 필터 값이 수시로 바뀐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아마도 조울증(bipolar disorder)에 시달릴 것이다.


그럼 자폐성 장애와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물론 100% 확실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꽤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많은 연구 결과가 자폐성 장애아의 감각 처리가 정상아와 다른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사람은 그냥 지나칠 소음도 자폐성 장애아들에게는 커다란 고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폐성 장애아가 특정한 감각을 자극하는 신호에 집착할 때 다른 신호는 필터를 통과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마치 자기만의 세상에 갇힌(바로 자폐의 정의다!) 것처럼 보일 뿐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잠깐 관련 연구 자료를 짚어보면서 이 가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검토해보자. 만성 우울증은 미국인 10%가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정신 장애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누구는 우울증에 시달리고 어떤 사람은 평생에 한 번도 우울증을 겪지 않는 것일까? 다른 만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우울증도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답은 실제로 그렇다. 기본적으로 우울증 유발 위험 유전자를 타고나는 사람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 우울증으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 유전자에 상황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비로소 우울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유전적 요인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환경적 계기를 만나면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모든 우울증 발현 요소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더 많은 진전을 거둔다면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다. 최선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면,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이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더 잘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다.


1. 유전자는 우울증 유발과 많은 관계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40%에 달하는 우울증 환자가 유전적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친척 중에 우울증 환자가 있을 경우 우울증 병력이 없는 가족의 출신보다 5배 더 높은 비율로 우울증을 겪게 된다. 가족 중의 우울증 정도가 심하다면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많으면 3배까지 높아진다. 일란성 쌍둥이에 관한 우울증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는데, 76%의 확률로 우울증을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적인 요인을 배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집에서 자란 경우를 보더라도 67%라는 높은 공유도를 보여준다. 이것은 유전이 우울증에 많은 기여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환경적 요인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100% 유전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 세로토닌 수치만이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뇌 속에서 "화학적 불균형"이 어떻게 우울증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그럼 누가 균형 잡힌 뇌를 가지고 있을까? 과학자들은 완전하게 균형 잡힌 두뇌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뇌 속의 기분 조절 장치의 불량이 우울증으로 나타나는 것을 알고 있으며, 대부분이 이해하고 있는 "세로토닌 불균형" 이론은 두뇌의 작동원리를 아마도 너무 단순화시킨 나머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인지적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ural Therapy)나 비약물 대안을 간과하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3. 우울증은 가족으로부터 학습될 수 있다.


우울증을 가진 부모나 형제자매가 다른 가족 구성원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데, 많은 부분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우울증은 학습된 행동의 결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와 함께 성장한 아동은 더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보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나 다른 형제자매의 행동을 모방한다. 어릴 때 우리는 모든 것에 있어 부모들이 맞다고 생각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다.


4.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우울증도 있다.


유전적 요인이나 가족력이 없더라도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우울증을 유발하는 여러 비유전적 요인이 존재하며 연구가 진행될수록 그 요인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울증 유발 요인으로 알려진 것은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 희생자, 어릴 때 부모를 잃은 경우, 만성적인 병, 어릴 때 신체적 혹은 감정적 방치를 겪은 경우 등이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이 동시에 붕괴되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는 경우도 우울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좋은 소식은 그 요인을 구체적으로 역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폭력의 희상자였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TSD)의 부작용으로 우울증이 나타났을 확률이 높고 PTSD의 경우 80%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되기 때문이다.


5. 우울증 유발 위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모두 우울증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울증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평생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만약 환경적인 요소 집단 따돌림, 질병, 극도의 스트레스, 기타 우울증 유발 요인을 피한다면 우울증을 겪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만약 가족력이 있다고 해도 자동적으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절망하지 말자. 80% 이상의 경우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치료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1]


자, 당신이 자폐성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아마 이제 어느 정도 가능해졌을 것 같다),  "대명사 전도"가 아닌 "명사 전도"를 시도할 시점이다. 이제 윗글에서 "우울증"을 "자폐성 장애"로 바꿔보자. 3, 4번은 자폐성 장애가 유아기에 발현된다는 특성으로 인해 관련성이 좀 낮지만 나머지는 놀랍게도 자폐성 장애를 기술하는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좀 다른 점은 우울증은 약물 치료가 먼저 자폐성 장애는 행동 치료가 먼저라는 점이다. 공통점 중에는 유전적 요인이 중요하지만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세로토닌을 포함하는 약물을 사용하는 것도 유사성을 보인다. 결론적으로 우울증, 자폐성 장애를 비롯한 여러 정신과적 장애가 두뇌의 신호처리 이상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별도로 연구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신적 장애를 모두 통합하여 두뇌 동작 원리를 규명하는 것이 시급한 것이 아닐까?



1. http://www.bustle.com/articles/103024-is-depression-something-youre-born-with-5-scientific-facts-about-what-makes-us-become-depressed (우울할 때, 링크를 보자! 짤방이 자신만 우울한 게 아님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