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 Lee Feb 28. 2016

자폐증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는 밝힘과 숨김

지난주 목요일, 온타리오 주정부의 2016년 예산이 발표되었다. 그중에서 특기할 점은 자폐스펙트럼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향후 5년 동안 $333M(약 3,000억 원)을 할당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주정부 재정이 흑자도 아니고 만성적자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다 앞으로도 크게 나아질 여건이 없는데 어찌 보면, 전혀 불필요할 것 같은 (뭐 4대 강도 아니고... 창조경제도 아닌 다시 말하면 크게 표시 나는 일도 아닌데 왜???) 분야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점이다. 먼저 발표 내용을  살펴보자.


주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3억 3,300만 달러를 투입하여 온타리오주의 자폐증 서비스를 재설계하고 통합하여 보다 많은 아동 및 청소년이 보다 빨리 결정적인 치료를 받도록 하며 필요를 더 잘 충족하는 서비스를 통해 결과를 향상시킬 것이다.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집중행동개입(IBI)에 초점을 맞춘 의사결정 기준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여 더 많은 아이들이 적절한 발달 시기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IBI를 기다리거나 받고 있는 좀 더 나이 많은 아이들의 경우 입증된 증거에 기반한 보다 적절하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전환한다; 응용행동분석(ABA) 서비스를 확대하여 강도와 기간을 늘리고 모든 발달 단계에 있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개별적인 요구에 더욱 부합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IBI와 ABA를 재설계하여 보완할 수 있는 조기 개입 서비스를 개발하고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어린이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1]


이와 같은 결과는 집권당이 선심성으로 제공한 것이 아니다. 현재 13만 5,000명에 달하는 온타리오 내 자폐증 장애인과 그 가족들, 수천 가족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다. 당장 우리 가족에게 혜택이 돌아오진 않더라도 (조기개입 전략은 컷오프 나이가 있기 때문에 늦을 경우 그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계속해서 홍보하고 전면에 나서서 지원을 촉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온타리오 자폐증 협회 이사장인 마그 스펠스트라(Marg Spoelstra)는 이번 예산 집행을 단순히 직접적인 자폐증 장애인과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에 좋은 일이며 온타리오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을 향상시켜줄 조치라고 치하했다.[2]


한국에서 자폐증 진단을 안 받아봐서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몇 년 전에 발표된 한국의 자폐증 유병율 조사 논문에서 언급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하자면, 일단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자폐를 비롯한 장애는 밖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숨겨야 하고 사회적으로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간주된다. 논문에서는 "1980년대만 해도 한국에서는 장애아라는 오명이 따라다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일반적으로 꺼려 왔다. 하지만 최근 일산에서 비밀 보장 하에 수행된 조사에서는 이 경향이 바뀌어 자폐증에 관한 정보를 환영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었다"고 기술했다. 이 외에도 자폐성 장애아가 학교에서 심한 폭행을 당한 사례[3]도 보도된 걸로 보면, 아직까지 장애인이 한국에서 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예전에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신기하고 색다르게 보였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캐나다에는 정말 장애인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 당시 블로그를 보니 다음과 같다.

TTC kneeling bus - 모든 운행 버스가 갖춘 장치

TTC(토론토 교통국쯤 된다) 버스를 타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을 많이 볼 수 있고, 실제로 이용하는 것도 목격하게 된다. (한국을 생각해보면, 장애인이 없는 곳이 아닐까 싶게, 여기 토론토에는 정말 장애인이 많다. 그만큼 많이 눈에 띈다는 것일 거다.) 차 전면부를 낮게 해주는 장치와 휠체어를 쉽게 올라오도록 하는 보조 통로, 앞좌석을 접어 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게 만든 구조 등...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다 못해, 확실하게 챙겨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휠트랜스는 그 이상이다. 이것은 일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한 사람들이 Wheel Trans라는 서비스에 등록을 하면, 휠체어를 실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용차가 원하는 지점에 태우러 온다. 바로 표지 사진과 같이 전용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 장애를 못 느끼도록 해주는 서비스가 숨기고 수동적으로 배려하는 것보다 더 많은 호응을 받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 2007년 10월

윌트랜스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자폐증과 같은 장애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는 모임을 갖고 모금도 하고 행진도 하고 그런다. 한국에서는 참 보기 힘든 광경이다.

깃발을 올리자 (Raise the Flag)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눈 밭도 녹이는? 깃발 게양 행사
공무에 바쁘신 Police Officers께서도...
사진크기와 기부금은 비례하지 않음을 보여준 McCormick 직원들의 $55,000 수표. 이제부터 후추는 항상 맥코믹만 사 먹기로 함!




1. http://www.fin.gov.on.ca/en/budget/ontariobudgets/2016/ch1e.html#s5

2. http://www.autismontario.com/client/aso/ao.nsf/web/2016+Ontario+Budget+Response?OpenDocument

3.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ds970820&logNo=22041828754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