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드는 비용은 적어도 36억?
자폐증 자체가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 외에도 자폐증 증상을 완화시키고 사회인으로 복귀시키는 치료에는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 사실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부모의 대부분이 맞벌이인 경우가 많은데, 자폐성 장애아가 있는 경우, 적어도 부모 중 한 사람의 노동력이 전적으로 자녀 돌보기에 투입되어야 할 정도로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정에서 수입의 절반이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자폐증을 완화시키기나 치료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는 가운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근거로 한 자폐증 대응법은 정신과 전문의, 언어병리학자, 행동분석전문가, 지도강사 등으로 구성된 팀이 응용행동분석(ABA)을 기반으로 한 조기 집중 개입 행동요법이다. 하지만 이 치료의 비용은 만만하지 않다.
공인 행동분석 위원회(Board Certified Behavior Analyst, BCBA)는 컨설팅 서비스와 평균 보조재료 비용을 포함하여 시간당 120 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하루 1시간씩 이 서비스를 공인 행동분석가로부터 받는다면 그 비용은 1년에 46,000~47,500 달러(약 5,500만~5,700만 원)에 달한다. 한편 집이나 클리닉에서 운영하는 ABA 치료를 받는다면, 그 비용은 시간당 30 달러로 떨어진다. J가 받았던 IBI의 경우 5명으로 구성된 팀이 1주일에 30시간씩 1년 가까이 치료를 수행한 것으로 공인 비용이 없는 관계로 시간당 30 달러를 적용하면, 46,800 달러(약 5,60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이 든 셈이다. 다른 교재나 기타 부대 비용을 제외하고 치료사의 인건비만 계산한 것이다. 자폐증에 들어가는 평생 비용을 계산하면, 약 3M~7M 달러(약 36억~84억 원, 부모가 엄청난 고액 연봉자였음에 틀림없다!)에 달한다. 이 비용을 매달, 매년, 혹은 지속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부모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1]
이 엄청난 금액은 종종 부족함이 없던 가정에 재정적 문제를 가져오기도 한다. 심지어 자폐아의 신기한 능력을 다룬 공상과학 드라마 '터치(Touch)'에서도 이런 실상을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미드 '24시'의 영웅 키퍼 서덜랜드(Kiefer Sutherland)가 자폐성 장애아를 둔 아빠인 마틴으로 등장한다. 전직 뉴욕 타임스 기자였던 마틴은 911 테러로 아내를 잃은 직후 해고되어 자폐 진단을 받은 아들과 함께 살면서 JFK 공항 수화물 처리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을 구할 수 없던 그는 도어맨, 택시기사, 건설현장 막노동자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 와중에 자폐성 장애아 제이크는 예상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이는데, 근처 휴대폰 송신탑에 올라간 것 때문에 아동 및 가족 서비스에서 나온 사회복지사는 마틴의 자폐성 장애아 보호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초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자폐스펙트럼의 한 극단에 있는 서번트 증후군으로 묘사한 주인공 제이크를 제외하면 그런대로 자폐증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었지만 역시 대중의 호응을 받는 일은 어려웠는지 2013년 5월에 시즌 2를 끝으로 제작이 취소된다. (마틴은 또다시 실업자?)
여기서 보면, 중상류층의 생활을 영위하던 사람들조차 자폐성 장애아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경우 자폐 진단을 받고 난 후 여러 차례 스크리닝을 거쳐 적절한 치료 대상자로 선정되면 주정부에서 지원하는 ABA 치료인 집중행동개입(IBI)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대기시간이다. 모든 자폐증 관련 자료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은 조기 발견 후 조기 대응이 자폐증에 최선이라는 것이지만 진단까지 적어도 6개월, 다음 치료까지 6개월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도 런던은 비교적 대기시간이 짧아 진단부터 1년이 채 안 되는 시기에 IBI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토론토 같은 대도시나 스트랫퍼드 같은 너무 작은 도시였으면 언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토론토가 아닌 스트랫퍼드로 첫 직장을 잡은 것이 결국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할까?
미국 질병통제 및 예방센터(CDC)의 자료를 보면, 2011년 미국 달러 가치로 미국에서 자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15억~609억 달러(약 14조~7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직간접 비용, 의료비용, 특수교육, 부모의 생산력 손실 등을 감안한 것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ASD)를 가진 아동과 청소년의 연간 약값은 4,110~6,200 달러(약 500~750만 원)가 소요된다. 평균적으로 자폐성 장애아의 의료비는 정상아보다 4.1~6.2배 더 든다. 2005년 자폐성 장애의 연간 의료비는 10,709 달러(약 1,280만 원)로 정상아보다 6배 높게 나왔다. 의료비 외에도 행동, 언어, 작업 치료 같은 것을 시행한다면 연간 40,000~60,000 달러(약 4,800만~7,200만 원)가 추가로 든다.[2]
참고로 자폐성 장애아 양육에 들어가는 직접비에는 의사 및 의료 전문가 진료비, 장비, 가정 보급품, 병원비, 긴급서비스비, 약값, 진료를 위한 여행비 등이 포함되며, 간접비에는 교육, 데이케어, 레서핏(respite) 케어, 배치(placement) 서비스, 관련 및 동반질환(comorbid) 치료비, 부모의 수입과 시간 등이다. 여기에 언어 및 작업치료를 사립치료사에게 받는다면, 언어치료/작업치료/물리치료 (ST/OT/PT) 비용이 연간 12,000 달러(약 1,440만 원) 추가된다. 이 비용은 30분당 치료비를 75 달러(약 9만 원)로 계산한 것이다.
약값이 나왔으니까 앞서 자폐증 치료제로 소개한 리루졸의 경우를 보면, 한 알에 $10, 조제비 같은 것까지 합치면 한 달에 $350 정도 된다. 이제 나이가 많아져 한 번에 2알(100 mg)씩 복용하게 되면 그 비용은 두 배로 증가한다. 그러면 연간 약값만 (비타민이나 프로바이오틱 같은 보충제나 다른 처방약은 제외하고) 8,400 달러(약 800만 원)이다.
이렇게 비싼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공공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공공재는 한정된 자원을 많은 사람이 나누는 것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대기기간이 따라온다. 2012년 11월 23일에 발표된 온타리오 IBI 현황을 보면,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자폐증 진단을 받고 나면, 두 가지 모순되는 사실을 알게 된다. 치료를 빨리 시작할 수도록 좋다는 것과 종종 몇 년씩 걸리는 대기기간이 있다는 것이다. 자녀의 두뇌가 가장 반응성이 좋은 시간이 덧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을 바라봐야 하는 부모들을 안타깝기만 하다. 2011년에 온타리오에서 IBI를 기다리는 아동은 1,957명으로 IBI를 받는 아동 1,460명을 초과했다. 2012년에는 1,702명이 기다리고 있다. 온타리오는 2013~14년도에 IBI를 위해 1,189만 달러(약 100억 원)를 사용했다. 사설 치료를 감당할 수 없으면, 서비스를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서비스를 늦게 받으면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스스로 연간 6만 달러에 달하는 치료비를 부담할 수 없는 부모들은 재모기지론을 받거나 친척들로부터 돈을 빌리곤 한다. 어떤 사람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대기기간이 짧은 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3]
어찌 보면, 이런 이유로 J가 자폐 진단을 받을 때 런던에 있었던 것은 적어도 온타리오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한다. 대기기간이 1년이 안 되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평균 IBI 시작 나이가 4.2세로 가장 어리다. 중국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캄 같은 지역에는 7.6세가 평균 시작 나이라는데, 아마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1년 조금 더 걸린 IBI 치료를 그만 둘 시점에는 TVCC와 약간의 묘한 신경전이 있었는데, 이제 할 만큼 했으니 서비스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는 TVCC와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을 좀 더 지속했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입장이 대치한 것이었다. TVCC 측에서는 각종 자료를 보이며 목표치를 달성한 분야가 여럿 있으니 더 이상 서비스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우리는 해당 분야를 보다 진전시키고 또 다른 잠재성 있는 분야를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에 좀 더 IBI를 받기 원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귀중한 자원을 독점할 수도 없는 일이라서 이제 그만해도 좋다는 동의서에 서명했지만 왜 그렇게 아쉽던지...
이처럼 신경정신 질환으로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유럽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에서 뇌질환으로 매년 8,000억 유로(약 1,000조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에 들어가는 비용을 합한 것보다 많은 비용이다. 유럽뇌연구위원회(European Brain Council)는 뇌정신질환에 따른 경제적인 결과를 광범위하게 평가하여 이 수치를 얻었다. 위원회는 이렇게 엄청난 비용(네덜란드의 GDP보다 많다!)에 비해 뇌질환 연구비는 다른 질환에 비해서 불균형적으로 적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가와 당국이 뇌질환 기초연구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질환은 장기적인 보호가 필요하고 수십 년에 걸쳐 생산성이 감소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여기에 포함된 정신질환에는 식이장애(eating disorder), 수면장애, 정신지체(mental retardation), 자폐증과 같은 아동기 발달장애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질환은 기분장애(mood disorder)와 치매(dementia) 순으로 드러났다. 용도 면에서는 약물사용과 의사진료비 및 병원입원 등 직접적인 의료 비용이 37%, 비공식적인 관리와 사회서비스 및 요양과 같은 직접적인 비의료비용이 23%를 차지하고 있다. 그 나머지 40%는 환자들의 손상과 이른 은퇴로 인해 발생하는 생산성의 손실분과 같은 간접적인 비용이다. 코펜하겐 대학(University of Copenhagen)의 신경학자인 예스 올센(Jes Olesen)은 이렇게 간접비용이 높은 이유로 "사람들이 뇌질환을 겪더라도 바로 죽지 않고 장애상태로 몇 년이고 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에 참가한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제약업계가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도 없고 효과가 뛰어난 약물을 개발하기도 힘들어 치료 목표를 찾기 어려워지자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SmithKline, GSK)은 2010년에 정신병학, 고통 및 인지신경과학분야의 약물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GSK 신약 개발부의 패트릭 발란스(Patrick Vallance)는 비현실적인 동물모델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초기 임상실험의 예측 불가능한 결과와 진단의 어려움 그리고 임상실험에 환자를 배치하는 문제들이 더욱 신약 개발을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에 들어가는 비용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연구를 확대하여 더 잘 이해하는 것이다. 더 나은 이해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4]
1. http://www.special-learning.com/article/funding_overview
2. http://www.cdc.gov/ncbddd/autism/data.html
3. http://www.thestar.com/news/gta/2012/11/23/the_autism_project_wait_times.html
4. http://www.nature.com/news/2011/111004/full/478015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