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박멸은 알고보니 실수?
현생인류는 존재하기 시작한 시절부터 항상 기생충을 갖고 있었다. 그 기간은 약 20만 년으로 많은 박테리아처럼 일부 회충과 와충(helminthes)은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고 대장에 서식할 수 있다. 물론 다른 기생충 중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있다. 항생제가 도입되고 위생적인 생활이 보편화되기 전까지 위장관 박테리아 감염으로 어린이는 5명 중 1명, 어른도 다수 생명을 잃었다. 다행히도 현대에 들어와서는 깨끗한 음식물과 위생관리를 통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생충은 박멸된 상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염증성 장질환(IBD)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질병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의 원인은 자가면역(autoimmunity)으로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일상적이 아닌 희귀 질환이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역사를 통해서 살펴볼 때, 수많은 사람들이 대량의 기생충을 갖고 있었음에도 연관된 질병의 발생은 놀랍게도 희귀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고전적인 기생충학 강의에서는 좋은 기생충은 숙주에게 혜택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가르친다. 그 이유는 만일 숙주가 죽으면 위존하던 기생충도 죽기 때문이다. 확실히 수천 년에 걸친 공진화(co-evolution)[1] 과정에서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대부분의 기생충이 침입하는 것을 다룰 수 있도록 진화했으며 기생충들도 이에 대응해서 숙주인 인체에서 몇 년 동안 살 수 있도록 적응력을 발전시켰다.
그렇다면 향상된 위생이 결국 우리 몸속의 기생충과 혜택을 줄 수 있는 박테리아를 사라지게 만들어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또한 기생충을 다시 주입하면 이러한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까? 염증성 장질환이나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 환자들을 대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실험에서 내장에 기생충을 투입하면 치료가 좀 더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초기 결과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직관에 반하는 가설은 대중언론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회의론자들은 치료법에 반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06년 한 해에만 거의 5,000만 명의 5세 이하 어린이들이 기생충 감염에 따른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일부 기생충들은 간, 방광, 눈 등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러한 기생충 감염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는 기생충 감염이 희귀하지만 1930년~40년대만 해도 미국 남부 농촌 어린이의 70%가 회충에 감염되어 있었다. 역사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크론병(Crohn’s disease)은 토양에 서식하는 회충이 살기 어려운 북방지역의 추운 지역에서도 위생상태가 청결한 부촌에서 주로 발생했다. 오늘날 기생충에 상대적으로 감염이 높게 일어나는 미국 원주민들 보존지역에서는 염증성 장염의 발생률이 낮게 나타난다. 남미에서 태어나서 자란 라틴계에게서는 거의 대장질환이 일어나지 않는다. 만일 미국에서 위생상태가 좋은 곳에서 태어난 아이는 훨씬 이러한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기생충을 이용한 자가면역 질환 실험을 위해 실험쥐에 관을 삽입하여 기생충을 주입한 결과, 자가면역 질환이 발생하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이 치료법을 인간에게 실험하는 방법으로는 돼지에게는 기생충 감염을 일으키지만 인체에서는 몇 달 동안만 살 수 있는 편충(whipworm, Trichuris suis)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돼지 편충은 혈관으로 침입할 수 없고 돼지를 기르는 농부들은 일상적으로 이 기생충에 노출되지만 연관된 질병이 보고되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이 실험은 안전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 실험은 대장에 대장에 충분히 군집을 이룰 수 있는 숫자인 2,500개의 돼지 편충 알을 주입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아무런 임상적인 증상은 없었다. 물론 자발적인 실험 참여자를 찾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염증성 질환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이 전통적인 치료법으로는 잘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점차 대안적인 접근법을 찾고 있다. 연구에 참여한 첫 번째 환자도 치료가 불가능한 크론병을 앓고 있었으며 2,500개의 기생충 알을 먹었다. 그리고 6주 후에 이 편충의 알은 성충으로 자랐으며 아무런 부작용 없이 몇 달 동안 증상이 호전되었다. 다른 임상실험에서 크론병을 앓고 있는 세 명의 환자들과 궤양성 결장염을 앓고 있는 다른 세 명의 환자들에게도 기생충 알을 투여했으며 아무런 부작용 없이 증상이 호전되었다.
일부 제약회사들은 돼지 편충(T. suis)의 알을 약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의학청(European Medicines Agency, EMA)은 정식으로 이러한 약물 개발과 테스트를 허가했다. 현재 유럽의 각 지역 센터에서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 위치한 제약회사인 닥터 포크 파르마(Dr Falk Pharma)사가 추진하는 임상실험을 수행하고 있으며 약 300명의 크론병 환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중간분석에 의하면 이 치료법은 안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매사추세츠의 벌링턴(Burlington)에 위치한 코로나도 바이오사이언스(Coronado Biosciences)사는 유럽 사례와 유사하게 여러 센터에서 크론병에 기생충 알을 투여하는 이중맹검 임상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과 자폐증에 대한 임상실험이 수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궤양성 결장염과 건선(psoriasis)과 제 1형 당뇨병 그리고 다른 면역매개 질환에 대한 임상실험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회충이 환자들의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키고 다른 형태의 전염병에 취약하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현재 수준의 위생기준을 유지한다면 이러한 위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생충을 이용한 치료의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면역매개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과 현대 치료법의 독성은 기생충의 노출에 따른 위험성을 초과한다고 할 수 있다.
기생충은 면역체계에 세 가지 주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간주된다. 첫째, 기생충은 규제 T 세포(regulatory T cells, Tregs)가 활성화되도록 변화를 일으킨다. 이들 세포는 면역반응을 완화시키고 자가면역을 줄어들게 한다. 예를 들면, 인터류킨-10(interleukin-10)이나 전환성장인자베타(transforming growth factor-β)와 같은 규제 T 세포의 생산을 증가시킨다. 둘째, 기생충은 다른 세포인 규제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와 같은 세포에 작용한다. 이들은 보통 염증과 질병을 일으키는 위험한 T 세포의 작동 스위치가 켜지는 것을 막는다. 이러한 효과는 자가면역시스템의 과도한 반응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것으로 기생충에 감염된 실험쥐에서 규제 T세포나 규제 수지상세포를 막게 되면 결장염을 유발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과도한 면역반응을 줄이는 기생충이 이들 면역매개 질환을 통제하는데 효과적인가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고 있다. 셋째, 이 기생충은 대장의 미생물군체를 변화시킨다. 실험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회충은 대장의 미생물 중에서 '프로바이오틱'이라고 생각되는 미생물의 성장을 촉진시켜 대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2]
우리가 공중 위생이나 백신 프로그램을 통해 전염병을 박멸시켜 지난 100년 동안 삶의 질을 증진시켜온 것처럼 기생충을 사람들에게 다시 주입함으로써 심각한 감염의 위험 없이 면역매개 질환을 막는 예방법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폐증 치료는 덤이다. 이 기생충 치료의 핵심은 면역시스템의 과도한 반응과 그로 인한 염증이 자폐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과도한 염증신호의 발생을 통제할 경우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연구 결과를 살펴보자.
2013년 미국 신경심리약학회(American College of Neuropsychopharmacology, ACNP)의 연례 학술대회에서 "열탕 목욕과 기생충"이 자폐증에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뜨거운 목욕을 이용하여 몸의 온도를 높이고 그로 인해서 감염의 효과를 모방하거나 따뜻한 달걀을 이용하여 장내에 존재하는 면역조정 요소의 생산을 자극하여 염증신호를 줄이면 자폐증의 증상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은 염증을 통제하는 신체의 시스템에서 일어나는 혼란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자폐증이 확산되고 있는 원인이 과민한 면역계통이 염증 수준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에릭 홀랜더(Eric Hollander) 교수는 자폐증 환자 1/3이 열병 모방 치료에서 임상적인 개선을 보였으며 기생충을 이용한 염증 조절이 자폐증 치료에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첫째, 열병은 신체에서 방어적인 항염증신호를 방출하기 때문에 자폐증에 대한 열병을 모방하는 체온상승의 영향을 평가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과 열병 양성 행동반응의 역사를 보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일 36도 보다 좀 더 뜨거운 38도의 목욕을 한 결과 사회적 행동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째, 좀 더 특이한 접근법을 이용해서 자폐증을 가진 어른들은 대상으로 12주 동안 편충(whip worm, helminth trichura)의 한 종류인 돼지편충 알(Trichuris suis ova, TSO)을 투여했다. 이 편충은 숙주의 몸 안에서 증식하지 않으며 접촉을 통해서 전염되지 않고 동시에 사라지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 이 편충은 면역 매개 반응을 억제하고 염증을 줄인다. 자폐증 성인환자를 편충알로 치료한 경우, 반복적이고 의식적인 행위가 개선되었다. 크론병에서 효과를 보인 편충알 치료는 T 조절세포/T 도움세포의 비율의 변화와 사이토카인(cytokines)의 변화를 유발해서 다양한 면역염증질환의 개선을 이루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염증이 적어도 일부에서는 자폐증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염증 관리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홀랜더가 지적한 것처럼 적은 샘플 크기와 특이한 치료법으로 인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며 이 실험을 해석하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으로 자폐증에 대한 연구는 재현이 필요하며 이번 발견을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심한 증상을 보이는 어린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견은 자폐증 환자에게서 면역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디자인된 접근법의 흥미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미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3]
1. 공진화는 한 생물 집단이 진화하면 이와 관련된 생물 집단도 진화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진화생물학의 개념
2.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491/n7423/full/491183a.html
3.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13/12/131212100047.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