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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Mar 25. 2016

홀로 선다는 것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홀로 남겨둔다는 것은 두렵다

J가 TVCC로부터 서비스를 받게 되었을 때, 참석했던 부모 교육 세션에서 각자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우리의 소망은 J가 독립적인 성인으로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때가 되면 독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자폐 진단을 받으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이처럼 너무나 명백하게 평범한 일도 가장 큰 소원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1953년 이전 존스 홉킨스 아동 정신과에서 진단을 받은 자폐성 장애아 96명 중에 11명이 성공적으로 자폐증을 극복하고 성장했다. 11명 중에 단 3명만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6~7살 경에 증상이 나아지지 않은 경우에는 성공적인 예후(prognosis)를 기대할 수 없었다. 예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언어 능력과 지능(IQ)였다. IQ가 50보다 낮고 언어 발달이 없는 경우 예후는 매우 나빴다. 추가로 증상의 심한 정도와 학교 교육량 등이 중요한 요소였는데, 더 많은 학교 교육이 더 나은 예후를 보였지만 부모의 따뜻한 관심, 일관성, 적절한 의사소통은 핵심 요소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알려진 치료는 없지만 때때로 자폐증을 극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자폐증 진단 기준을 더 이상 만족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집중 개입 치료의 결과일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얼마나 자주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3~25% 정도로 볼 수 있다.[1] 사실 이건 기대치에 달린 것 같다. 아무 말도 못하다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100% 회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냥 평범하게 살았으면 하는 것 같은 너무 크지도 않은 작은 기대마저도 충족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자폐성 장애아를 둔 많은 부모들이 어떻게 하면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는 숨은 실마리나 방법을 찾기 위해 새로운 연구를 면밀히 살펴보려고 시도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자폐증의 궤적에 관해서는 아직도 많은 미스터리들이 존재하고 과학자들도 그 결과를 견해로 간주할 것을 바란다. 웨일 코넬 의대(Weill Cornell Medical College)의 캐서린 로드(Catherine Lord)는 2살 된 자폐성 장애아를 둔 많은 부모들이 자폐증에서 치유된 사례를 들었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심정을 표명하지만 자폐증세를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경우는 매우 소수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집중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회복을 목표로 삼을 경우 자녀를 심한 해를 입힐 수도 있는데, 정상적인 아이들은 그런 압력에 반항하지만 자폐성 장애아들은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희망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희망에 몰두한 나머지 눈앞의 자녀를 못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2]


자폐증에서 회복된 카민 디플로리오(Carmine DiFlorio)는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가 어렸을 때, 매우 자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이 놀리기 시작하고 나 또한 손을 펄럭이는 것이 실제로는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부터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의 주인공인 맷 트렘블레이(Matt Tremblay)는 "7~8학년(중 1~2) 때 마침내 주제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렇게 했으며, 더 많은 친구를 만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걱정하지만 사실은 자폐성 장애아들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행복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어느 부모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중에 J도 그때 왜 그랬는지 설명해줄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는 여전히 가지고 있다.


자폐성 장애청소년의 고등학교 이후의 교육과 취업에 관한 연구의 결과를 통해 보다 직접적인 예후를 살펴보자. 미국 내 자폐성 장애아 부모 혹은 보호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조사 대상의 34.7%가 대학 과정을 다녔으며, 55.1%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첫 6년 동안 임금을 받는 직업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50% 이상은 직업도 없고 고등 교육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 가구에 속하고 장애 정도가 심한 경우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따라서 고등학교 이후 생산적인 사회생활에 더 잘 연계될 수 있는 전환 계획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3]



1. https://en.wikipedia.org/wiki/Autism#Prognosis

2. http://www.nytimes.com/2014/08/03/magazine/the-kids-who-beat-autism.html?_r=0

3. http://pediatrics.aappublications.org/content/129/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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