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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Apr 02. 2016

친구를 살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보루...

마이클 샌들(Michael J. Sandel)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What Money Can't Buy)'이라는 책을 보면, 세상에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를 들면, 고급형 감옥에서 옥살이를 하는 데는 하룻밤에 $82, 혼자 운전하면서 카 풀 차선에 진입하는 데는 $8, 산고 없이 아기를 가지기 위해 인도 대리모를 고용하는 비용 $6,250, 미국 영주권은 $500,000, 멸종 위기의 흑코뿔소 사냥비는 $150,000, 의사 직통 휴대폰 번호를 갖는 데는 연간 $1,500부터, 1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비용은 $18, 명문 사립대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비용은 $$$. 그리고 돈을 버는 방법도 한계가 없는 것 같다. 이마에 일회용 문신을 새겨 광고판으로 제공하면 $777, 신약 임상실험 참여하면 $7,500, 소말리아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용병으로 참전하면 많게는 하루에 $1,000 등등... 마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는데, 바로 친구다. 친구가 더 많이 필요하면, 돈으로 고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은 최고의 연기를 제공할 뿐 진정한 친구는 아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는 99 센트에 한 달 동안 친구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숫자일 뿐 진정한 의미의 친구는 아니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수한 우정을 바탕으로 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어린 시절을 지나고 나면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세상을 알게 된 후에 맺어지는 모든 관계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이해관계, 선입견, 가치 판단 등이 고려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배우자에 대한 정의도 평생을 같이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동반자 혹은 반려자로서의 의미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처럼 친구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최고의 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자폐성 장애아들에게 있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에 대한 J의 정의는 사뭇 다른데, J에게 "친구가 누구야?"라고 물어보면, 자기반 급우의 이름을 모두 댄다. 그중에는 학교에서 많은 도움을 주는 꽤 가까운 친구도 있지만 학교 외에서 만나면 먼저 친구들이 아는 척을 하지 J가 반갑다고 인사하지 않는다. 어쩌다 그 친구의 이름을 불러준다면, 정말 대단히 친한 친구라고 볼 수 있지만 매우 드물다. 다른 말로 하면, 그냥 아는 아이 정도 이상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에서 친한 친구는 생일 파티에 초대하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돌잔치 이후로는 그다지 성대한 생일파티를 하지 않지만 (물론 요즘에는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 캐나다의 생일 파티는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을 모두 불러 재미있게 놀면서 친구들과 생일선물에 둘러싸여 신나는 파티를 하는 날이다.


하지만 J는 생일파티를 싫어한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를 때면 큰 소리로 울곤 했기 때문에 그냥 가족끼리 집에서 간단하게 생일 축하를 했을 뿐 공공장소에서는 한 번도 생일파티를 해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갖지 못했다. 생일 파티 초대 외에도 롱 위크엔드나 방학 기간 중에 플레이 데이를 정해서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하지만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고 놀 수 있는 상대를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J는 기본적으로 자기의 세상에서 행복해 보인다. 사실 친구를 비롯하여 기타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인간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고 기나긴 인생의 여정에서 마음을 털어놓고 교류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데, 현재 유일한 친구는 친형인 Y 뿐인 J가 결국 아무런 친구도 사귈 수 없을까 봐 살짝 겁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누가 나에게 자폐증으로 인해 겪게 될 가장 큰 문제를 물어본다면, 바로 친구를 사귈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인간 관계인 결혼은 선택이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서로를 가장 잘 알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한 두 명의 친구는 인생에 있어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이기 때문에 친구를 사귈 수 없다는 것은 사회적인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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