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완벽한 세상!
소마(Soma)는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1]에 나오는 약이다. 라틴어로 소마는 잠을 뜻한다. 마치 꿈속에 있는 상태를 만들어주는 이 약은 정부가 개인을 통제하는 최고의 수단을 제공한다. 이 약을 복용하면, 기분 좋은 마약성 유쾌한 환상을 일으켜 실제로 무언가 매우 잘 못되고 있음에도 현실과 분리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기본적으로 부작용 없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멋진 신세계의 핵심 통제 도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자폐증을 다루던 중에 나왔을까? 그것은 자폐증에 사용되는 수많은 약물이 존재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자폐증에 사용되는 약물이 기존 정신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심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약이 있다면 자폐증도 완치시킬 수 있을 것이고 아마도 그런 약이 존재한다면 소마가 그중에 최고가 아닐까 한다.
사실, 이런 약물이 소설에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미국에서 비밀리에 수행했던 프로젝트에도 등장한 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1953년부터 1964년까지 CIA가 진행했던 프로젝트 MK울트라(MKUltra)다. 이 프로젝트는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인 LSD와 기타 화학물질이 사용되었으며, 그 목적은 마인드 컨트롤의 가능성을 파악하는데 있었다.[2]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한 의료진은 실험 대상으로 선정된 환자에게 LSD를 주사하면서, 자신 및 가족을 위한 치료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치료를 받은 환자는 완전히 자기 통제 능력을 상실했으며, 분노 통제 장애를 보였다.[3]
실제로 나노기술을 이용한다면, 생체 시간에 맞게 적절한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공급하여 소마와 같은 심리 통제 약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면, 각종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함유한 나노알약을 제조하여 공급한다. 이 약을 복용한 사람은 기상 시간에 맞춰 소량의 도파민이 분비되는 가운데 개운하게 깨어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것이다. 파트너 모드에서는 옥시토신까지 함께 분비되어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안정감과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학교나 일터로 향하는 도중에 세로토닌을 추가로 분비하여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주어진 임무(공부든 단순 노동이든 감정 노동이든 간에 상관없이)를 즐겁게 수행하도록 해준다. 분비되는 물질의 양은 태어날 때 분석된 개개인의 유전자에 맞춰 최적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약물에 따른 부작용도 없이 최상의 상태를 유지시켜준다. 나른한 오후에는 잠깐의 수면을 유도하는 물질이 분비되고 잠든 동안 일상의 지루함을 해소시켜줄 환상적인 꿈을 보여준다. 역시 깰 때는 약간의 도파민으로 각성시키고 모두 행복한 사람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너무나 즐거운 일과가 마무리된다. 가족과 함께 하는 저녁시간에는 적절한 옥시토신의 분비로 유대감을 고조시키고 행복감을 극대화한다. 이후 취침시간에는 멜라토닌이 적절히 분비되어 불면증도 없이 최적의 수면에 들어가는 것이다. 너무나 완벽한 세상이다!
1. https://en.wikipedia.org/wiki/Brave_New_World
2. https://en.wikipedia.org/wiki/Project_MKUl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