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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Apr 30. 2016

로빈 블루

로빈과 함께 찾아온 반가운 수상 소식

한국에서 봄이면 제비가 날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는 것을 많이 봤었다. 캐나다에서는 제비를 좀처럼 보기 힘들지만 그 대신 로빈들이 봄소식을 알리는 일을 대신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현관문을 지나다가 로빈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뭔가 하고 벽등을 보니 가려져서 잘 안 보이는 뒷면에 어느새 로빈이 둥지를 틀어 놓았다. 혹시나 하고 안을 들여다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로빈 알이 들어 있다. 그것도 5개나!


이렇게 좁은 틈에도 둥지를 틀었다.


로빈의 알은 옅은 하늘색인데 참 아름다운 색이다. 올해는 여름까지 현관을 지나면서 이 놈들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박씨를 물어와서 은혜를 갚고 복을 가져다준 제비처럼 이 로빈이 둥지를 튼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브런치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왔다. 워낙에 대중성이 없는 글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금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다. (역시 브런치 담당자들의 안목은 탁월한가 보다...)


로빈 다섯 마리 추가 예정!


자폐증이라는 어쩌면 숨기고 싶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아들 얘기를 알린다는 것이 걱정도 많이 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지나온 암흑 같던 시간을 겪고 있을 장애아와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전반적인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출판까지는 못 갔더라도 수상작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고 편견을 극복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다.)


이 새가 로빈입니다. 그것도 아빠 로빈, 엄마 로빈은 그냥 회색이에요. 아직 튤립이 피기엔 이른 봄이지만 로빈은 벌써 알을 품고 있습니다. 잡초도 있지만 No Roundup!


사실, 2016년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미뤄놓고 있던 글쓰기를 시작하게 만든 계기는 바로 집정리를 하던 중에 J가 쓴 글을 본 것이었다. 물론 보조교사의 도움을 많이 받았겠지만 어릴 때는 말하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쓴 글들을 잡동사니 속에 묻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자폐 진단을 받을 때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는데, 그런 아이가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데,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것이 그동안 생각만 했던 자폐증에 대한 글쓰기였다.


J가 쓴 할로윈에 대한 시:

Halloween

I dressed up like a angry bird for Halloween.

I am going out to get candy.

Trick or treat! I say at the houses.

I go with Y, D, S, and A.

I want to get orange candies.

I will see black pumpkins in the windows.

I will see Dracula I won't be scared.

Y will be scared.

After trick or treating, I will go home.

by J on 2015 Halloween


그리고 패러디처럼 보이는 짧은 단편(?)도 있었다.


The Enormous Mango

Once upon a time, in a large green field in Korea, a mango grew. And it grew, and it grew, and it grew.

Grandma looked out the window and said "Today, the Enormous Mango must come out."

She walked out to the field and she pulled on the mango. It didn't come out.

"Grandfather! Grandfather! The Enormous Mango can't come out. Please help!"

Grandfather pulled on Grandma and Grandma pulled on the Enormous Mango but it still didn't come out!

"Y! Y!" Grandfather called. He said "The Enormous Mango can't come out! Please help!"

Y pulled on Grandfather. Grandfather pulled on Grandma and Grandma pulled on the Enormous Mango but it still didn't come out!

"J! J!" Y called. He said "The Enormous Mango can't come out! Please help!"

J pulled on Y. Y pulled on Grandfather. Grandfather pulled on Grandma and Grandma pulled on the Enormous Mango but it still didn't come out!

"Dog! Dog!" J called. He said "The Enormous Mango can't come out! Please help!"

Dog pulled on J. J pulled on Y. Y pulled on Grandfather. Grandfather pulled on Grandma and Grandma pulled on the Enormous Mango but it still didn't come out!

"Cat! Cat!" Dog called. He said "The Enormous Mango can't come out! Please help!"

Cat puled on Dog. Dog pulled on J. J pulled on Y. Y pulled on Grandfather. Grandfather pulled on Grandma and Grandma pulled on the Enormous Mango and it came out!

And they ate mango for 14 days.

J @ Gr. 2


학기말에 그동안 학교에서 작성하고 만들었던 교재를 모두 집으로 가져오는데, 양도 많고 일일이 다 살펴보지 못하고 있다가 재활용품 정리를 하던 중에 J가 쓴 글을 찾았는데, 그냥 방치하거나 버리기 아까워 기록으로 남긴다고 시작한 작업이 확대되어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 동향, 최신 뉴스 등을 정리하면서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되었고 지나쳤던 사람들의 고마움, 사소했던 일들이 가지는 또 다른 의미 등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것 같다.


앞으로도 자폐스펙트럼장애와 함께 하는 모든 분들에게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전해드릴 것을 약속드리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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