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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 Lee Dec 23. 2016

자폐증, 드디어 정복되는가?

자폐증 유발 단백질 규명

모든 질병과 문제를 치료하고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원인을 알아야 한다. 사실 원인을 알아도 예방과 치료가 어려운 질병이 너무도 많다. 그런데, 그 원인이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면, 치료는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폐증의 경우에는 일종의 정황 증거만 무수히 제시되고 있을 뿐 아직 정확한 원인도 밝혀진 것이 없어 어디서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 목표도 못 잡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절망적인 자폐증과의 전쟁에서 드디어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적어도 1/3의 자폐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단백질이 발견된 것이다. 아직은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지만 조만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도 수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토론토 대학 도널리 센터(Donnelly Centre)[1]의 벤자민 브렌코(Benjamin Blencowe) 교수를 중심으로 분자유전학과 새빈 코더스(Sabine Cordes)와 사이나이 종합병원 산하 루넨펠드-타넨바움 연구소(Lunenfeld-Tanenbaum Research Institute)[2]가 공동으로 연구한 핵심 내용은 정상적인 두뇌 발달에 중요한 SRRM4라고도 알려진 nSR100 단백질 수치를 낮춘 실험용 쥐에서 자폐성 행동(autistic behaviour)을 유도한 것이다. 12월 15일, 학술지 분자 세포(Molecular Cell)에 해당 연구를 발표한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자폐성 장애인의 nSR100 단백질 수치가 낮은 것을 보인 바 있다.[3]


이번 토론토 대학 연구팀의 발표는 nSR100 단백질이 줄어들면, 사회성을 비롯한 자폐 성향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를 보인 것이다. nSR100은 두뇌에서 단백질의 상당한 다양성을 발현시키는 과정인 선택적 접합(alternative splicing, AS)[4]의 핵심 조절자로 작용한다. 단백질은 유전자의 DNA 시퀀스 안에 암호화되어 있고 유용한 지침(useful instructions)은 비암호(non-coding) DNA에 의해 잘리고 나눠진다. 선택적 접합 과정에서 비암호 스페이서가 접합되어 단백질 코딩 세그먼트를 최종 단백질 템플릿으로 만들기 위해 합쳐진다. 하지만 코딩 지침이 함께 박음질(stitched together)되면 그 순서가 변할 수 있어 단일 유전자가 다양한 단백질로 발현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한정된 유전자로부터 무수히 많은 단백질을 확장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두뇌에서 단백질 다양성을 위해 선택적 접합이 일어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이처럼 중요한 nSR100이 줄어들면, 두뇌에서 부정확하게 접합된 단백질이 축적되어 (레고로 치면 불량 블록들이 많아짐) 두뇌 연결성에 오류가 발생해 자폐성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방향도 개별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집중하는 것보다 nSR100과 같은 단백질 발현을 조절하는 허브의 역할을 식별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단백질을 자폐성 장애인에게 공급하면 일부 행동을 개선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5]


이 발견이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 하면, 자폐증 원인으로 추정되는 많은 요인들이 이 단백질의 수치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함축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폐증 원인 요소가 직접 자폐증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이 단백질의 수치를 낮추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이 단백질의 수치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약물이나 치료법이 있다면, 자폐증 증세를 완화시키고 더 나아가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조금 방어적인 입장에서 조심스러운 의견을 표명하고 있지만, 이번 발견은 자폐증과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자폐성 장애인을 대상으로 해당 단백질 수치를 검사하면 이 연구의 신빙성을 높이고 더 나아가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는 단순하다. 그동안 너무나 복잡했던 자폐증의 원인과 치료에 있어 한줄기 빛이 비치는 느낌이다.



1. 도널리 센터는 토론토 대학 부설 분자생물세포학 연구소다. http://tdccbr.med.utoronto.ca/  

2. 토론토 대학을 중심으로 대형 종합병원들이 캐나다의 주요 의학 연구를 주도한다. 사이나이 헬스 시스템도 그중에 하나다. http://www.lunenfeld.ca/

3. Essential roles for the splicing regulator nSR100/SRRM4 during nervous system development, 2015 http://genesdev.cshlp.org/content/29/7/746.abstract

4. AS(alternative splicing, ‘선택적 이어 맞추기’, 혹은 대체 이어 맞추기’)로 알려진 프로세스를 통하여 유전자 산물이 생명을 구현하는 블록인 단백질로 조립된다. AS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동안엑손(exons)이라 불리는 유전자 조각(fragments)들이 이리저리 섞이면서 서로 다른 단백질 형태를 만든다마치 레고 조각을 조립하는 것 같은데그러나 일부 조각들은 최종 단백질 형태에서 누락될 수 있다http://m.blog.naver.com/hansyoo/220461703377

5. http://medicalxpress.com/news/2016-12-protein-autism-revealed.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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