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한 국가만 여행한다면 터키
첫 글을 어느 도시로 시작할지 고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아무런 고민 없이 선택했습니다.
중동의 삼각편대! 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터키, 요르단 그리고 이집트를 동시에 여행하는 것은 저에게 꿈의 여행이었습니다. 개별적으로 가기는 비행 편과 시간이 마땅치 않아 늘 꿈만 꾸고 있던 여행이었습니다. 프랑스에 머물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기회가 닿아 이 꿈의 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매거진의 시작은 바로 꿈의 여행의 시작점인 도시, 이스탄불입니다. 여러 주에 걸쳐 이 도시를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스탄불하면 다들 이런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아요.
이국적인 느낌의 모스크들! 크고 아름다운 모스크가 곳곳에 정말 많은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모스크는 블루모스크라고 불리는 술탄 아흐멧(Sultan Ahmet)입니다. 마주 보고 서있는 하기야 소피아(Hagia Sofia) 보다 아름다운 사원을 만들기 위해 아흐멧 1세가 만들었다고 합니다. 반대편에 서있는 하기야 소피아는 원래 성당이었다는 거 아시나요? 겉을 보면 영락없는 이슬람 사원이지만 이는 15세기 중반에 이 지역을 정복한 오스만 제국에 의해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된 것이라고 합니다. 질투 날 정도로 아름다운 하기야 소피아 성당보다 아름다운 사원을 만들어 오스만 제국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것이 블루 모스크입니다. 제가 다 담아내지 못했지만 실물이 더 아름다운 건축물입니다. 꼭 검색해서 찾아보시길 바라요!!
아야 소피아는 현재 박물관으로 용도가 변경되었지만 블루 모스크는 실제 사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슬람이 아닌 저에게는 기도보다는 더운 태양을 피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요. 이 곳에서의 인연이 다음 여행지까지 이어지게 되고,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행자가 블루 모스크 안에서 쉬어가는데 여기서 제가 잘 생긴 사람은 아니지만 마치 그런?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만 보면 얼마나 사진을 요청하든지 사원 안에서만 다섯 팀과 사진을 찍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상속자들"이 이 곳에서 대박이 났다고 합니다. 그냥 한국인이 반가웠던 것 같습니다.
무슬림과 관광객이 다른 입구로 들어가기 때문에 기도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은 선에서 기둥에 기대 편하게 쉴 수 있습니다. 사원 기둥에 등을 기대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찬찬히 바라보면 왠지 모를 편안한 마음이 들어라고요. 또 이슬람과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머무는 동안 여러 번 찾은 공간입니다. 우리나라는 유적지에 가면 단지 과거의 유산이라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 곳에선 과거가 아니라 일상처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과거에 멈춘 게 아니라 지금도 현지인들의 삶에 녹아있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세계적인 유적지에 가면 저는 꼭 냄새를 맡습니다. 남들이 안 하는 행동이라 그런지 냄새를 맡으면 뭔가 더 친숙해진 느낌이 들어서요. 사실 어디든 독특한 냄새가 난 곳은 없습니다.
얼마나 모스크가 많은지 보스프러스 해협을 건너 유럽의 이스탄불을 바라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모스크와 미나렛이 보입니다. 전체적인 풍경은 그렇게 조화롭진 않았지만 정신없이 솟아 있는 미나렛과 몽실몽실한 모스크들이 강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이 곳에서 고등어 케밥을 먹으며 유럽의 이스탄불을 바라보면 비릿한 향과 함께 이스탄불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이 두 대륙에 모두 속한 독특한 도시지만 아시아 지역으로 넘어갈 일은 공항 갈 때를 제외하곤 거의 없습니다. 기대했던 저에게는 이스탄불에 대한 로망이 조금은 사라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곳에서 건너편을 바라보면 미나렛과 모스크 말고 하나 더 정신없이 많이 보이는 게 있습니다.
다리 위, 밑 그리고 계단까지 물만 보이면 낚싯대를 던집니다. 여기서 잡은 생선으로 고등어 케밥을 만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낚시꾼들이 정말 많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한강 다리에서 낚시를 하는 셈이죠.
고등어 케밥은 다른 케밥보다 정성도 없고 내용물도 부족합니다. 음식은 먹는 맛도 있지만 보는 맛도 있다고 하죠. 고등어 케밥은 보는 맛인 것 같습니다. 배를 강에 띄워놓고 부둣가에서 주문을 받아 배에서 만든 케밥을 저렇게 건네줍니다. 저 친구는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같죠? 고등어 케밥은 인당 하나씩 사지 말고 하나 사서 나눠 먹어도 충분히 이스탄불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나눠 드세요. 사진엔 담기지 않았지만 케밥을 조리하는 배가 좌우로 엄청 흔들려요. 저런 근무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저 친구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남기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하나만 사세요.
고등어 케밥을 먹으려 강가에 앉으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갈라타 타워는 이스탄불의 야경 명소로 유명한 곳이에요. 강가에서 바라보면 건물들 때문에 한눈에 구시가지를 볼 수 없는데 이 곳에서는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모스크가 블루 모스크입니다. 카메라에 담기진 않았지만 좀 더 왼쪽으로 가면 아야 소피아가 있습니다. 이슬람 사원을 보면 첨탑이 항상 서있잖아요. 전문용어로 미나렛(Minaret)이라고 합니다. 이 개수가 사원의 중요도를 나타내는데요. 술탄 아흐멧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나렛이 여섯 개가 있는 사원입니다. 참고로 아야 소피아는 네 개입니다. 참 이상하게도 아야 소피아 사진은 내부 사진밖에 없습니다. 블루 모스크도 제대로 된 사진이 없고요. 구글에 가면 다 있으니까 굳이 찍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여행지를 검색하다 보면 꼭 가야 하는 곳, 꼭 먹어야 하는 음식들 그리고 꼭 찍어야 할 사진들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가고 싶고 먹고 싶고 찍고 싶은지 모르지만 그것이 나의 여행일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터키를 여행할 때쯤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그런 의무감이 너무나 싫었고, 의식적으로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트립 어드바이저를 안 보기 시작했고 제 눈에 보이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모두가 가는 여행지이고, 갈 수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나만의 공간이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배타적인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에게 더 의미 있게 기억되는 공간이길 바랬던 것입니다. 모두가 다녀왔지만 나만 다녀온 여행처럼요. 무엇보다 가장 큰 공은 함께 이 곳을 여행해준 소중한 사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