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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May 07. 2024

[초보 팀장의 일기] 회사가 커졌다.

신생기업에서 상장사가 되기까지

17년도,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 두 번째 회사였다. 첫 회사에서 만난 분이 추천해 주어서 지금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갔을 때 연구원이 나 포함 4명뿐이었고, 대표님을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취업을 준비할 때부터 큰 회사의 일원이기보다 작은 회사에서 같이 성장하는 것을 꿈꾸었기 때문에 신생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부담이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했다.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내 적성에 잘 맞기도 했다.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19년도, 회사가 1차 성장기를 겪었다.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3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일하게 되었다. 팀이 하나 더 생겨났고, 임상 쪽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도 생겨났었다. 그러면서 그 층의 모든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렇게 1년 정도 더 지나자 그 위층까지 확장해서 사무실이나 실험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작디작던 회사가 이렇게 커져서 사람도 늘어나고 사무실 공간도 커지고, 서울에 임상을 위한 GMP 시설과 임상 부서도 생겨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커가는 회사에서 내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23년도, 사옥을 지어 이사했다. 연구개발센터와 의약품 생산을 위한 GMP 상업시설을 지어서 이사하게 되었다. 엄청난 성장이었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건물 크기도 얼마나 큰지 이사 간 동네에서 제일 번쩍번쩍한 건물이었다. 매우 프라이빗하고 뷰가 가장 좋은 곳에 대표님 방이 생겨났고, 센터장님들도 뷰가 좋은 곳에 개인 방이 생겼다. 사무실은 쾌적했고, 실험실은 공간이 나뉘어서 공간에 따라 목적에 맞는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해를 더 넘기기 전 회사는 상장했고, 주목할만한 임상 결과를 냈으며, 이 분야에서는 꽤나 이름을 떨치는 회사가 되었다.


회사가 커진 만큼 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업무적으로, 또 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이 회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고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근무한 지 6년이 넘어가던 때에 ’잘‘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고 싶었고, 누가 나보다 잘할까 봐 경계하고 경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었다. 회사에서 매년 나를 평가하는 성적표에 휘둘리기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른 분야 공부했다. 그렇게 조용히 나름의 ‘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마음이 많이 지쳐있던 23년도 10월, 나는 갑자기 팀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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