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도, 지금의 회사에 입사했다.두 번째 회사였다. 첫 회사에서 만난 분이 추천해 주어서 지금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 갔을 때 연구원이 나 포함 4명뿐이었고, 대표님을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는 작은 회사였다. 취업을 준비할 때부터 큰 회사의 일원이기보다 작은 회사에서 같이 성장하는 것을 꿈꾸었기 때문에 신생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부담이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잘하고 싶었고 열심히 했다. 실험을 하고 결과를 분석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내 적성에 잘 맞기도 했다. 일하는 것이 즐거웠다.
19년도, 회사가 1차 성장기를 겪었다.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3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일하게 되었다. 팀이 하나 더 생겨났고, 임상 쪽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도 생겨났었다. 그러면서 그 층의 모든 공간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렇게 1년 정도 더 지나자 그 위층까지 확장해서 사무실이나 실험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작디작던 회사가 이렇게 커져서 사람도 늘어나고 사무실 공간도 커지고, 서울에 임상을 위한 GMP 시설과 임상 부서도 생겨나니 감회가 새로웠다. 커가는 회사에서 내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23년도, 사옥을 지어 이사했다. 연구개발센터와 의약품 생산을 위한 GMP 상업시설을 지어서 이사하게 되었다. 엄청난 성장이었고 정말 감회가 새로웠다. 건물 크기도 얼마나 큰지 이사 간 동네에서 제일 번쩍번쩍한 건물이었다. 매우 프라이빗하고 뷰가 가장 좋은 곳에 대표님 방이 생겨났고, 센터장님들도 뷰가 좋은 곳에 개인 방이 생겼다. 사무실은 쾌적했고, 실험실은 공간이 나뉘어서 공간에 따라 목적에 맞는 실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한 해를 더 넘기기 전 회사는 상장했고, 주목할만한 임상 결과를 냈으며, 이 분야에서는 꽤나 이름을 떨치는 회사가 되었다.
회사가 커진 만큼 나도 많은 일을 겪었고, 업무적으로, 또 한 인간으로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제 30대 중반의 나이이지만, 이 회사를 만난 건 행운이었고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근무한 지 6년이 넘어가던 때에 ’잘‘ 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고 싶었고, 누가 나보다 잘할까 봐 경계하고 경쟁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싶었다. 회사에서 매년 나를 평가하는 성적표에 휘둘리기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생각하며, 다른 분야를 공부했다. 그렇게 조용히 나름의 ‘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