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18일차, 인도 10일차
조드프르의 둘째 날.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의 시간. 예상외로 돌아다닐 거리가 없기도 했고, 그럼에도 밖을 서성거릴 법도 했지만 일주일 간의 강행군에 심신이 지친 우리는 쉬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아침과 짜이를 먹으며 도시를 내려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햇빛은 뜨거웠지만 차양막 밑의 그늘에 앉아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수다를 떨다보면 솔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기분마저 상쾌해진다. 모든 점에서 안 좋지만 그럼에도 수많은 여행객들이 인도로 몰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짧은 기적의 순간 때문이 아닐까. 짧으면서도 강렬한 중독적인 이 여유의 맛은 그 어디서도 느끼기 어렵다.
점심때가 되어서 식사를 간단하게 해결도 할 겸, 가까이 있는 중앙 시장인 사다르 바자르로 나갔다. 보통 도심 가장 중심에 바자르(시장)가 형성되는데 올드 타운에 몰리는 여행객들에게 도시의 바자르는 현지를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때로는 혼란스럽고, 때로는 많은 먼지 때문에 숨조차 쉬기 어렵고, 때로는 경적과 사람들 소리로 온전히 정신줄을 잡는 것마저 힘든 곳이지만 그 도시의 현장을 느끼기에 바자르만큼 좋은 곳도 없다.
조드푸르의 사다르 바자르는 중앙의 시계탑을 중심으로 네모나게 형성된 시장인데 다른 큰 도시들과 비교하자면 그 규모는 작은 편이다. 다양한 향신료와 옷가지들, 그리고 조잡해 보이는 잡품들도 함께 파는 곳이지만 조드푸르의 먹거리로 유명하기도 하다. 사다르 바자르의 입구 앞에 파는 작은 오믈렛 노점인 오믈렛샵에서 간편하게 오믈렛과 무알코올 과일맥주를 먹고 반대편 입구의 스리미쉬릴랄 호텔의 라씨 집에서 샤프란으로 향과 색을 낸 마카니아 라씨로 입가심을 하면 완벽한 한 끼 식사가 된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사다르 바자르를 벗어나 조금 걸으면 나오는 잔따스윗홈에서 조드푸르의 간식인 메와까쵸리도 먹어보자.
짤막하게 다녀온 나들이었지만 사막의 기후는 우리를 충분히 지치게 만들었다. 얼른 다시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저녁에는 주인집 막내 꼬마의 생일파티를 해서 다 같이 축하해줬는데, 세계 여행 전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이렇게 나는 인도에 동화되어 갔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