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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Oct 06. 2017

18 조드푸르 : 블루시티과 김종욱

세계일주 17일차, 인도 9일차

자이살메르를 날려버리고 온 도시는 조드푸르, 블루시티라 불리는 도시. 라자스탄 전역이 그렇듯 관광으로 유명한 이 도시는 성을 중심으로 올드 타운이 밀집되어 있고 이곳에서 관광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는 루프탑에서 조드푸르의 상징인 메흐랑가르 성을 볼 수 있는데 솔직히 너무 높은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어딜 가든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그 뷰가 상당히 흔한 광경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흘깃흘깃 쳐다보며 넋을 잃게 만드는 신기한 풍경이다.

조드푸르에서의 1박은 푸른빛의 고팔 게스트하우스

인도 서부 타르 사막의 시작점이라고 하는 조드푸르는 과연 매우 건조하고 햇볕이 매우 뜨겁다. 메흐랑가르 성까지 마을을 돌아 올라가는데 정말 마른 오징어가 되는 기분이었다. 정말 알차게 둘러보려고 해도 날씨가 허락하지 않은구나,를 절실하게 느끼는 날씨였다. 사막답게 거리에 날리는 먼지도 이전의 도시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조드푸르가 한국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영화 김종욱 찾기(2010)의 영향이 큰데 당시 보였던 푸른 빛깔의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됐었다. 물론 그곳에서 이루어진 임수정과 김종욱의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도 도시의 로망을 만드는 데 일조했겠지만.

푸른색은 시바 신의 색이라 중세 조드푸르의 브라만 사제 계급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파란색으로 칠하기 시작하면서 그 전통이 시작됐다고 한다. 현재도 브라만 계급이 몰려 사는 구역이 좀 더 많이 파랗다고. 하지만 생각 외로 그렇게 많이 푸르지는 않았는데 이게 또 위에서 내려다보면 점묘화처럼 색이 번지는 것이 전반적인 도시의 모습이 약간 하늘색처럼 보여서 꽤 환상적이다

성이 꽤 가까이 있어서 금방 올라갈 것 같지만 이곳이 요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의 앞뒤로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가 두 곳이 있는데 하나는 차도로 연결돼 있고, 나머지는 뒤쪽의 마을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길이다. 우리는 작은 길로 돌아 올라가던 도중 사나운 길개를 만나 줄행랑을 쳤는데 때마침 지나가던 인도 청년이 우릴 도와줘서 무사히 성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뭔가 그때부터 개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은데, 그 개는 과연 무엇을 지키고 있던 걸까.


사실 조드푸르에서는 블루시티라는 점보다는 메흐랑가르 성이 좀 더 인상 깊었다. 메흐랑가르 성은 넓은 평야지대에 우뚝 솟아있는 높은 바위산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200미터가 넘는 높이에서 조드푸르를 조망하고 있다. 도시의 어느 곳에서도 보일 정도의 성은 그 위압감으로 조아리는 백성이든, 다가오는 적들이든 모두를 압도해버린다.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에 거의 반쯤 죽은 상태가 되어서야 성의 입구에 도착했다. 입구는 그 높이로 우리를 먼저 압도한다. 유럽의 중세성들이(엄밀히는 르네상스 이후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우리를 매료시킨다면 메흐랑가르 성은 바위를 그대로 깎아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으로 우리를 매혹시킨다. 게다가 바로 밑에서 실감하는 성의 높이는 말 그대로 요새 그 자체다. 그늘에서 조금 휴식을 취한 뒤 우리를 맞이하는 첫 번째 성문 안으로 들어갔다.

메흐랑가르 성은 여러 개의 성문과 굽이치는 성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돌진하는 코끼리 부대를 막기 위한 설계라고 한다. 성문에는 쇠 바늘이 박혀있고 굽이치는 길들은 적군의 이동경로를 최대한 길게 만들어 조금만 지나가도 화살받이가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성문쯤에는 움푹 팬 자국들이 있는데 무굴 제국과 싸울 때 생긴 대포 흔적이라고. 라자스탄의 왕국들은 복속되기 전이든 그 이후든 무굴 제국에게도 꽤나 성가신 존재였다고 하더라.

한, 두 개의 성벽을 더 지나면 마침내 성의 가장 높은 지점에 있는 궁전에 도착할 수 있는데, 밑에서 느꼈던 위압감과는 또 다르게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는 외벽이 인상적이었다. 내부는 박물관으로 개장해놓은 상태이고 꽤나 알차게 궁전 내부를 구경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 공개된 방들 중에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방들도 많아서 놀랍기도 했고 궁정 생활의 사치스러움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게 됐다.

외성벽 위에는 대포들이 나열되어 있고 그 길의 끝에는 시바 신을 위한 사원이 있다. 그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조드푸르는 뿌옇게 낀 사막의 먼지와 어울리지 않게 연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이어서>

어느 숙소를 가든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을 킨 메흐랑가르 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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