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19일차, 인도 11일차
조드푸르를 떠나는 날. 이번에는 심야 침대 버스로 도시 간 이동을 하는데 버스 시간이 너무나도 늦은 22시었기 때문에 사실상 하루가 통째로 남아있긴 했다. 오늘은 체크아웃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방에서 시간을 죽일 수가 없어서 어딘가로 나가야 했다.
일단은 느지막이 10시 체크아웃을 하고 루프탑에 올라가서는 오믈렛과 짜이와(1일 2짜이는 진리입니다) 수다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은 12시를 훌쩍 넘겼고 아직 버스 시간이 10시간이나 남은 우리는 두 곳의 행선지를 정해서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켰다.
우리가 처음 간 곳은 메흐랑가르 성 근처에 있는 자스완트 타다. 조드푸르의 소박한 타지마할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마하라자(군주) 사다르 싱이 아버지인 자스완트 싱 2세를 위해 만든 사당으로 1899년에 만들어졌다. 규모는 굉장히 아담하지만 척박한 바위 언덕 위에 찬란하게 빛나는 대리석의 건축물은 마치 사막 한가운데의 오아시스 같은 느낌을 준다. 볼거리가 많지 않다고 해서 갈까 말까 고민하던 곳이었는데 와보니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조드푸르, 그리고 바라보는 메흐랑가르 성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늘에 앉아 또 수다로 시간을 보낸 뒤 다음 행선지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우메이드 바반 궁전. 마하라자 우메이드 싱에 의해 만들어진 왕실 궁전으로 1929년 가뭄으로 굶주리는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환으로 공사를 시작해서 15년간 30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그 규모가 매우 커서 아시아에서 왕실 저택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하지만 지금 일부 건물에는 왕족의 후예들이 거주하고 있고 대부분은 호텔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은 출입이 제한된다. 출입이 가능한 부분은 구석의 박물관 뿐인데 박물관의 내용물이 상당히 부실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주변을 둘러보는 것만이라도 허용해줄까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라 그냥 입맛만 다시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 시작은 민생구휼이었는데 지금은 부자들의 별장 신세라니.
어떻게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저녁 시간이었다. 숙소에서 저녁을 해결하니 7시가 다 되었다. 지루했던 대기의 시간도 끝나가고 우리는 신시가지 쪽으로 나가서 다음 도시로 떠나는 침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기차보다 푹신하기는 했지만 기차보다 많이 흔들려서 조금 불편했다. 물론 바로 잠들긴 했지만.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