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20일차, 인도 12일차
아직 어둠이 가시기 전의 우다이푸르는 춥고 배고프고 무섭다. 가격 흥정도 하지 않고 아무 릭샤나 잡고 숙소까지 갔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문이 열릴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새벽같이 하루를 시작하던 어느 아저씨가 우리에게 숙소를 예약했냐며 묻더니 대신 초인종을 눌러주는 것이 아닌가. 당황했지만 빠르게 게스트하우스의 문이 열렸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추위와 어둠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거기에 더해서 일찍 체크인까지 받아줘서 제대로 이루지 못한 잠까지 해결할 수 있었다. 6시쯤 들어가서 대충 씻고 자고 일어나니 어느새 11시가 다 돼가고 있었다. 방이 비어있어도 미리 체크인을 받아주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시작부터 도시에 대한 기억은 긍정적이었다.
숙소에서 아점을 먹은 뒤 우리는 작디쉬라는 힌두 사원에 들르기로 했다. 시티팰리스의 바로 옆에 있기도 했고 사실 힌두 사원을 아직까지 제대로 구경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부도 궁금했다. 브라마(창조의 신), 시바(파괴의 신)과 더불어 힌두 3대 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평화의 신 비슈누를 주로 모시는 사원으로, 그는 여러 화신들로 인간 세상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하는데 석가모니도 비슈누의 화신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힌두교의 포용정신이 돋보인다.
다른 힌두, 이슬람 사원이 그렇듯 내부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이 곳은 신발 보관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돼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 또 내부가 굉장히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규모는 작았지만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에 외벽이 화려하게 조각되어 있어서 사원의 기운만큼은 전혀 작지 않다. 사원 내부에는 한창 종교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우리는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최대한 그들의 의식에 방해되지 않게끔 의식을 관찰했다.
라자스탄에서 보는 두 번째 성은 우다이푸르의 시티팰리스다. 거대한 인공호수 피촐라 호수와 우다이푸르 시내를 바라보는 기다란 형태의 성은 인도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성으로 유명하다. 조드푸르의 메흐랑가르 성이 좀 더 요새 같은 느낌이라면 시티팰리스는 정말 궁전 같다. 밝은 색채와 화려한 문양을 통해 궁정 생활의 화려함이 겉으로도 드러나는 것 같다.
메흐랑가르 성이 높은 바위산 위에 있으면서 위풍당당한 분위기를 뽐내는 것과 다르게 피촐라 호수를 끼고 누워있는 우다이푸르 시티팰리스는 보다 평화롭고 온화한 느낌이 강하다. 성의 내부를 따라 바리마할의 정원으로 올라가면 꽤나 높은 곳에서 도시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데 맑은 하늘과 더불어 밝은 색채의 건물들, 멀리서 도시를 감싸 안는 푸른 산들의 모습이 굉장히 아름답다. 마치 공중정원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다. 사막 언저리의 척박한 땅이었던 조드푸르와 정반대의 풍경과 대비되면서 우다이푸르의 풍성함이 배가되는 것 같다. 반대편의 피촐라 호수와 그 위에 마치 배처럼 떠있는 타즈 레이크 팰리스는 낭만 그 자체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