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주 20일차, 인도 12일차
시티팰리스를 모두 구경하고 우리는 자그만디르 레이크 팰리스로 가기 위해 시티팰리스 선착장에서 배를 탔다. 사람이 모두 찰 때까지 배는 움직이지 않는데 좀 지나다 보면 사람이 모두 앉으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자. 구명조끼를 입고 배가 출발하면 바로 눈앞의 자그만디르 섬으로 향하는 것 아니라 피촐라 호수를 크게 한 바퀴 유람하고 자그만디르 섬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에서 우다이푸르의 진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배는 시티팰리스의 호수변을 따라 이동하다가 구시가지 쪽의 가트를 훑고 다리가 놓아져 있는 가트에서 머리를 돌려 다시 자그만디르 섬 쪽으로 이동한다. 이때 호수에서 바라보는 시티팰리스의 모습과 호수변을 장식하고 있는 여러 게스트하우스, 식당들의 모습이 굉장히 낭만적인데 호수 물에 햇빛이 반사되어서 반짝이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인도에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되리라 그 누가 상상했을까. 우다이푸르가 왜 인도의 신혼여행지인지 그제야 납득이 갔다. 그래, 이 정도면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법도 하지.
피촐라 호수의 중앙에는 하얀 궁전이 마치 배처럼 떠있는데 이곳은 1754년 자가드 싱 2세가 자그니와스 섬에 건설한 타지 레이크 팰리스이다. 현재는 특급 호텔로 사용되고 있는데 007 옥토퍼시(1983)에 등장하면서 매우 유명해졌다. 호수 위 백색의 궁전은 그야말로 화이트시티의 상징 그 자체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몇 년 전 호텔에서 큰 패싸움이 있은 뒤로 투숙객만 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시티팰리스와 타지 레이크 팰리스가 멀어져 그 모습이 작아질 무렵, 우리는 반대편에 있는 자그만디르 섬에 도착했다. 이 작은 섬에 있는 자그만디르 팰리스는 1551년 아마스 싱에 의해서 만들어진 궁전인데 현재는 궁전이라고 볼 수 있는 건축물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고급 레스토랑과 비싼 연회장을 위한 가든 정도로만 남아있다. 이곳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굴 마할은 타지마할의 건축에 큰 영향을 줬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타지마할을 만든 무굴 제국의 샤자한이 왕자 시절 아버지 자항기르에게 반란을 일으켰다가 피신했던 곳이기 때문이라고. 그런 샤자한 또한 타지마할에 눈이 멀어 국정을 피폐하게 한 뒤 아들 아우랑제브에게 폐위되니, 그 운명이 굉장히 아이러니하다.
자그만디르에서 조금 여유를 즐기다가 노을도 보고 왔으면 좋았으련만 햇빛에 말라비틀어지는 것 같아서 버티다 못해 조금 일찍 배를 타고 돌아와버렸다. 강변의 the Little Prince라는 식당에서 피촐라 호수의 야경을 반찬 삼아 저녁을 해결한 뒤 우리는 짧았던 우다이푸르에서의 하루를 끝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또 다른 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