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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멱 Aug 03. 2018

‘익숙함’의 가치

내게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란,


여행은 익숙함으로부터의 일탈이요, 익숙함의 가치를 찾는 여정이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곧 여행한다는 말이 있듯, 새로운 것만으로 점철된 삶 속에서 여행의 가치는 오히려 사라진다. 꽤나 길었던 여행이 마무리된지도 어언 1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 익숙함이 반가웠던 그 찰나의 순간이 무딘 칼 끝처럼 익숙해질 즈음, 익숙함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인도를 시작으로 이어진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행은 힌두와 이슬람 문화권이라는 새로움으로 가득한 여정이었다. 건조한 기후에 먼지가 풀풀 풍기면서 오감의 모든 것이 새로움에 치여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것은 곧 스트레스였다. 하찮은 공기에서조차 익숙함이라곤 1조차 느껴지지 않는 공간에서 완전한 휴식은 있을 수 없었다. 장거리 이동이 잦았던 인도에서 기차를 탈라손 치면 누군가 짐을 훔쳐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해야 했다. 좁은 침대 위에서 어떻게든 짐을 사수하기 위해 커다란 배낭과의 동침을 서슴치 않았다. 다가오는 이들의 친절이 순수한 마음일지, 흑심 가득한 술수일지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길을 나서야 했다. 새로움이란 스트레스는 여행자의 몸과 정신을 혹사시켰다.

홍콩에서, 요르단에서, 그리고 모로코에서 만난 익숙함의 흔적들

인도는 단일 국가로는 가장 여행 기간이 길었다. 2주 가까이 드넓은 북인도를 횡단했다. 그 거리와 시간에 비례하듯, 익숙함이 부재한 광야는 인도의 찌는 듯한 태양처럼 나를 공격했다. 미지의 영역이라는 드넓은 사막에서 스타벅스는 마치 검은 오아시스 같았다. 델리의 번화가인 코넛 플레이스에서 마침내 스타벅스를 만났다. 문을 들어서며 풍기는 짙은 커피향이 폐를 통해 온몸으로 퍼졌다. 그것은 향기를 넘어 친숙함이었고, 친숙함은 곧 안정감이었다. 사람은 많고 여전히 인터넷은 느려터졌다. 그럼에도 이곳만큼은 나의 공간이었다.

사막 한 가운데서 마시는 콜라를 상상해보라. 미지의 중동에서 먹는 한국의 맛은 또 어떠한가.

인도 뿐만이 아니라 북아프리카, 유럽,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식사를 할 때는 항상 맥도날드를 들렀다. 가장 눈에 많이 띄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 있다면 아마 햄버거일 것이다. 보통은 미쳤다고들 한다. 하지만 딱히 미쳐서 선택한 맥도날드는 아니었다. 싼 가격을 생각할 것이었다면 맥도날드를 선택하지 않고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을 것이다. 스타벅스를 가지 않고 동네 작은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음미했을테다. 누군가는 흔해 빠진 식당을 기피할 때 내게는 잠깐의 오아시스가 필요했다.

나의 첫 인도는 동부의 콜카타였다. 그 때는 많이 무서웠었다. 미지의 땅에 떨어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금 다시 간다면 조금은 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해보면 조금 지나쳤던 것도 같다. 조금은 용기를 내서, 조금은 돈을 더 지불해서 현지인들의 틈새에서 여행을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는 장기 여행자로서 외로움은 견디기 힘든 짐이었다. 혼자 여행한다는 것은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것이고, 곧 외로움에 직면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또한 한 번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아닌가. 그 이후에는 한국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조차도 다르게 다가올테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익숙함이란, 부재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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