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돌아서기
쓸모라는 사전적 정의는 '쓸만한 가치'이다. 사랑이, 연애라는 단어에 쓸만하다는 표현을 붙이는 것이 어패가 있지만 그래도 사랑의 쓸모, 연애의 쓸모에 대해 논하자면 쓸모없는 연애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무 좋아해서 미친 듯이 힘들었던 연애도, 나를 너무 좋아해 줘서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만남들도 돌이켜보면 아까웠다고 생각할만한 시간은 없었다. 내게 사랑이 주는 의미 중 하나는 '닮고 싶은 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닮고 싶다. 내가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을 가진 사람에겐 사랑에 빠지지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이어갈 수도 없기 때문.
주식투자의 1도 모르던 내가, 관심이 없었던 내가 투자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주식공부를 하고 책을 읽었던 때도 있었다. 그로 인해 돈의 중요성과 돈 굴리는 방법을 알았다. 일이 많아 바쁜 사람이었지만, 나에게 과분한 애정을 쏟아부어준 사람 덕분엔 바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놀러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주말은 매번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여행의 향연이기도 했고, 직장인인 내가 상상해보지 못한 사업이라는 세계에 대해서 멀찍하게 눈여겨볼 수 있도록 내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 사람도 있다. 스타일이 무척 좋았던 친구는 내게 이런저런 아이템을 선물해 주어 나를 멋쟁이로 만들어주었다. 싸울 때마다 습관적으로 헤어짐을 반복했던 관계가 끝난 후엔 '절대 다음 연애 때는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뱉지 말자'라는 다짐 또한 하게 됐다. 일일이 나열하자면 너무 많다. 하여튼 이런 일련의 만남과 관계들 속에서 나는 많이 배웠고 또 배울 수 있었다.
문득 좋아하는 사람을 닮아가는 거, 사랑하는 사람을 닮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축복을 즐겼으면, 최선을 다했으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돌아서고 예쁘게 관계를 마무리하는 게 나를 위해서 또 상대방을 위해서 더 좋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쓸모없는 연애는 없다. 그러기에 오히려 아니다 싶으면, 그 관계 동안에서 무언가를 충분히 노력했고 또 배웠으면, 과감하게 끝마치는 것도 어떨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