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정말 양심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했으면, 결과와 무관하게 마음은 행복하고 후련하고 당당하다는 걸 배웠다.
과거의 안이함과 게으름의 결과가 그대로 돌아와, 현재의 나를 후려치는 것. ‘좀 더 열심히 할걸.’ 사람을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 괴롭히는 건 그런 류의 후회다.
그리고 그런 족쇄에서 완전히 자유롭다는 데서 난 내가 이보다 더 자랑스러울 수 없다.
항상 스터디카페에 가장 일찍 도착했고, 7월 이후로는 순공시간이 10시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내가 제일 열심히 했다. 사장님도 나를 외우고도 남으셨을 거다. 기계적으로 공부하지도 않았다. 늘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이해했다. 그런데 국어...ㅋㅋ
체력이 나날이 떨어져 어느 순간 집중력 저하 >>
계산 및 정보처리 느려짐, 단기기억 안 좋아짐>>
나의 ‘의지력‘ 문제인 줄 알고 국어 공부 더 극단적으로 몰아치고 난리가 남 >>
체력 더 떨어짐>>
컨디션 상태에 따라 점수가 더 불안정해지고 더 하락함>>
100% 처음 보는 정보를 외우고 기억해야 하는 과목인 국어에서 멸망 (+수학 계산 실수 하..)
공부 사실상 다 해놓고 이런 이유로 망친 거면 뒷목 잡고 며칠 동안 울어야 정상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별로 슬프지가 않다. 난 나를 안다. 체력이 원인인 걸 알았다면 10월부터 운동 다시 시작했으리란 거. 회피가 아니라 살면서 내 최대한의 선까지 정말 끝까지 몰아붙인 거. 스스로와의 약속을 끝까지 지킨 사람에게 보상으로 주어지는 자신감은 결과와 별개로 즐겁다.
티를 내진 않았는데, 살면서 몸이 이렇게 개판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그동안은 24시간 각성상태라서 잘 모르고 있었다. 수능 끝나고 긴장이 풀린 즉시 전신이 무너졌다ㅋㅋ 이렇게 2달만 더 공부했으면 응급실 갔을 듯.
운동으로 체력 좋은 거 자랑거리였는데, 예전이랑 똑같이 아침 일과를 마치고 나면 4시부터 온몸이 쑤셔서 저녁에 헬스를 할 힘이 안 난다. 그래도 큰 걱정은 말아요! 이 또한 지나갈 일.
공부한 건 너무 훌륭한 선택이었다! 20대가 끝나기 전에 이렇게까지 몰아치는 경험이 있어야 그걸 토대로 앞으로 더 힘내지 않겠냐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했다. 물론 결과도 눈에 당장 보인다면 더 좋았겠지만, 모든 행동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몇 달 또는 몇 년 뒤 어떤 형식으로 되돌아올지도 궁금하다.
보통은 본인이 미련을 못 버려 수능 중독이 되는데, 나는 주변에서 장려(?)해주고 계신 걸 보면.... 다들 내게서 그만큼의 가능성을 봐주신단 뜻이니, 이미 어느 정도 되돌아오는 중인 걸지도!
그리고 1년 동안 정말 강하게 느꼈다. 열심히 하고 뜻이 분명하면 반드시 도와주려고 안달인 귀인들은 나타난다는 거. 좋은 보답으로 응해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
반수니, 대학 진학 포기니 뭐니, 지금 당장은 그런 큰 결정을 내리는 것을 지양해야 할 상태인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 이렇게 힘든 상태에서 내리는 선택이 과연 이성적일까 하는 의심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게 우선이고 그러기 위해 얼른 체력 회복해서 다시 세상에 돌아다닐 준비를 해야겠다. 모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