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중아 Oct 16. 2021

Day 15 성산일출봉, 중문색달해수욕장

한장요약: 둥근 해가 떴습니다!


변화무쌍한 날씨 덕에 일기예보를 수시로 들여다봐야 하는 제주살이.

예보님 가라사대 토요일에 종일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하셔서

더 추워지기 전에 가야 할 곳들을 오늘 가보기로 한다.

먼저 성산일출봉.

야행성에 가까운지라 새벽 기상 때문에 미루고 미뤄왔었는데 기온 떨어지면 더 힘들 것 같아 드디어 감행.

일출 예상 시간이 6시 38분인데 숙소에서 1시간 20분 예정 (동서로 참 긴~ 제주도).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세수하고 선크림만 바르고 전날 밤 내어둔 옷 훌훌 꿰어 입고 서둘렀는데도 5시 직전 간신히 출발.

다행인 것은 새벽시간이라 신호등이 대부분 점멸등이었고 도로에 차도 거의 없어 1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6시에 매표소 통과 (7시 반 오픈 전 일출 보는 건 무료입장 가능하다고 함).

적지 않은 사람들이 벌써 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침이라 몸도 안 풀리고 빈 속이라 오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으니 쉬엄쉬엄 올라간다.

6시 15분쯤 정상에 오르니 벌써 자리 잡고 앉아있는 사람들도 꽤 많다.

역시 여행에도 부지런한 대한민국 사람들.

나도 한 자리 잡고 앉아 벌써 붉게 번진 수평선을 바라다본다.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도 세팅해두고 미러리스 카메라도 대기 완료.

다행히 하늘에 구름도 많지 않고 바람도 차지 않아 땀을 식히기에 좋은 정도.

수평선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사람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작은 붉은 점 하나가 반짝!

이름이 일출봉이라 붙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수면에서 솟아오르는 일출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왠지 소원을 하나 빌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하나...

직장? 연애? 건강? 가족?

간절히 원하는 게 없는 건지, 적당히 다 바라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하하.

동영상은 편의를 위해 16배속으로 편집!

사람도 많고 각도 나오지 않아 삼각대 뒷모습은 포기하고 옆에 부부 사진을 찍어드리고 나도 굽신굽신.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자리를 떠난다.

하산길은 좀 더 완만했고 둘레길로 가면 바로 옆 우도 훤히 내다보였다.

여기서도 사진 포인트가 좋길래 주섬주섬 삼각대를 세우고 있었더니 정상에서 사진 찍어드린 부부가 지나가다 알아보시고는 찍어주겠다고 하셔서 찰칵.

감사해하며 나도 한 장 찍어드렸더니 아내분이 인생샷이라며 좋아하신다.

근데 남편분이 찍어주신 내 사진은 여전히 좀 아쉽 ㅠㅠ

빈속에 한참 걸었더니 배가 고파 근처 식당으로 보말죽을 먹으러 간다.

매운 것도 잘 못 먹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죽 종류는 언제나 보장된 맛이다.

꼬소한 보말죽 한 그릇을 바닥까지 비우고 나니 그제서야 피곤이 몰려온다.

일찍 자려고 10시 반부터 침대에 눕긴 누웠지만 이것저것 검색해보고 결국 12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했는데 그마저도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 서너 번을 깨고서야 4시 반에 일어났다.

숙소까 다시 차로 1시간 20분, 졸면 죽어!라는 일념 하나로 바짝 긴장해서 돌아와서는 아주 꿀잠을 잤다.


쿨쿨 단잠을 자고 나서 냉장고를 뒤져 대충 끼니를 때우고 오후엔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어제 곽지에서 둘러만 보고 온 게 너무 아쉬운 데다 날이 추워지면 발도 못 담가볼 것 같아 오늘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된 탓이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중문색달해수욕장으로 고고!

다행히 스쿠버다이빙하려고 챙겨 온 수영복이 있어 수영복에 래시가드를 입고 청치마 하나 덧입고 출발.

잔잔한 위쪽 제주시 해수욕장들과 달리 아래쪽 서귀포 해수욕장은 파도가 높아 서핑하기에 좋다고 남동생이 얼핏 얘기했던 것도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물 반 서퍼 반이다.

해수욕은 가족 단위로 온, 아가들 손을 잡은 부모님들 뿐이고, 대부분 바다에 둥둥 떠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다.

애기 엄마아빠들은 평상복이고 서퍼들도 대부분 웻 슈트 차림이라 덕분에 괜히 부끄러워진 나는 결국 래시가드에 청치마 차림 그대로 비키니는 못 내보이고 발만 담그고 온다.

어제 곽지에서 뒷목을 빨갛게 태워버린 덕에 선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오긴 했지만 금방 빨갛게 익어버리고선 예쁘게 태닝 되기는커녕 허물을 벗는 피부 탓에 오래 있지는 못한 채 자유로운 서퍼들만 실컷 부러워하다 자리를 뜬다.


중문까지 온 김에 근처 농협로컬푸드매장을 들르기로 한다.

제주에 왔으니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걸 위주로 먹으려고 하는데 지난번에 보고만 왔던 레드키위가 계속 눈에 밟혀서였다.

키위와 무화과를 교배했는데 속이 빨개서 홍다래라고도 불리고 크기는 작지만 엄청 엄청 달다고 했다.

1인 가족이 먹기에 1.5kg는 조금 부담이긴 하지만 후숙 과일이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서 익혀먹으면 된다기에 중과 사이즈로 12,000원 Flex~!

집에 와 두근두근 상자를 열었는데 아뿔싸, 아직 1도 익지 않아 너무 딱딱하다.

하루 이틀은 더 익혀야 할 것 같아 절반은 냉장고에 넣고 절반은 내어둔다.

큰맘 먹고 사 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ㅠㅠㅠㅠ


벌써 한달살이의 절반이 지났다.

성실히 게으르게, 그렇게 싸목싸목 잘 지낸 절반.

남은 절반도 곧 찾아오는 지인들과 또 다른 추억으로 잘 만들어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Day 14 새별오름, 곽지해수욕장, 금오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