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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15. 2021

Day 14 새별오름, 곽지해수욕장, 금오름

한장요약: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억새만이 내 차지다 (Feat. 나태주, 대숲 아래서)


요 며칠 제주 동쪽만 애정한 것 같아 오늘은 서쪽으로 향해본다.

몇 해 전 11월 말에 여행왔을 때 가보았던 새별오름.

 예상치 못했던 급경사에 정말 숨이 턱에 차서 올랐는데

그래도 요즘 오름을 다녔더니 (여전히 쉽지는 않았지만) 보다는 수월하게 올랐다.

예나 지금이나 억새에 파묻힌 듯한 새별오름.

돌아보니 제주에 온 지 벌써 2주인데 그동안 해수욕장은 한 번도 안 갔더라.

'1일 1오름'을 모토로 오름이 주가 된 한달살이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주에 왔으니 모래사장도 밟아보자 싶어 새별오름 근처 곽지해수욕장으로 고고!

친구가 인생 츄러스라고 극찬한 츄러스를 손에 들고 하얀 모래사장을 걷는다.

곽지는 돌이 자연풀장처럼 되어있어 아이들은 10월에도 물놀이를 하고 있었고 서퍼들 파도를 즐기고 있다.

용천수와 바닷물이 만나기도 하고..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바다를 내다보며 노천탕도 즐길 수 있었을 듯싶다.

오늘의 마무리는 이제껏 내가 가본 중에 가장 핫플, 리틀백록담이라 불리는 금오름으로 향한다.

평일인데도 주차장에서부터 인파가 예상되는 북적거림.

포장된 길이긴 했지만 나름 경사가 꽤 되어 난 운동화 아컨버스로도 버거웠는데, 꿋꿋하게 굽 있는 구두에 원피스 입거나 이 더위에 에코 레더를 입고도 거뜬하게 오름을 오르는 젊은이들, 리스펙!

구름은 있었지만 가시거리가 좋아 비양와 차귀도까지 다 내다보인다.

어제 비가 온 덕인지 굼부리에 물이 꽤 고여있다.

일몰까지 시간 여유가 있어서 굼부리 둘레를 한 바퀴 돌고 화구호까지 내려가 본다.

일몰이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끊이지 않는 셔터 소리.

나의 미천한 핸드폰으로도 열심히 찍어본다.

블로그에서 본 것처럼 화구호에 멋지게 해가 반영되는 그런 호사까진 누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늘의 멋짐은 이것으로 족하다.


대숲 아래서

                                      - 나태주

...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 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도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빛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빛만이 내 차지다.

...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제주의 가을,

바람에 쉬이 나부끼면서도 결코 꺾이지 않는

억새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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