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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중아 Oct 14. 2021

Day 13 따라비 오름, 소노캄 제주

한장요약: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아침부터 오락가락하는 비에 목적지도 갈팡질팡하다가 일단 숙소 앞 스타벅스에 들른다.

제주 한정 까망라떼 한 잔에 기념품으로 제주 스트로우 세트도 구입.

잠시 해가 드나 싶었는데 도로 흐려지길 반복.

일단 점심을 먹으며 햇님이 다시 나와주길 기다리기로 한다.

찜해둔 로컬 식당에서 제주 음식 도새기국 도전

신기하게 닭백숙 맛이 나는 맑은 돼지고기국이다.

제주에는 무려 300개가 넘는 오름이 있다고 한다.

각각의 매력이 출중하지만, 그중에서도 감히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따라비 오름.

전망뷰가 좋다고 해서 맑은 날 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오르고 나면 나무가 없는 땡볕이라기에 구름 낀 오늘 도전해보기로 한다.

오름 초입에 나홀로 나무.

동네 주민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키우시던 나무를 손수 옮겨심으셨다는 어느 블로그 글을 읽은 탓인지 애틋한 할아버지의 마음이 느껴져 괜히 눈길이 간다.

묘목으로 키우기 시작해 10년 넘게 돌보시다가 딱 저 자리가 니 자리다, 하며 옮겨심으셨다고...

할아버지의 벗이 되어주던 이 나무는 홀로 외로이 자리를 지켜주고 있지만 오름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는 따라비오름의 살아있는 장승같은 느낌이다.


이제 따라비 오름 시작!

오르는 길은 다른 오름과 특별히 다를 바가 없어서 여왕이 맞나 싶었는데 분화구 둘레에 오르자마자 탄성이 터진다.

분화구 세 개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그 사이 갈래길과 둘레길, 오름을 감싸주는 억새 너머로 보이는 탁 트인 전망에 아, 역시 여왕님! 싶어진다.

화소수가 아무리 많아진다 한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핸드폰 카메라 따위로 이 장관을 담아낼 수가 없다.

날이 맑았으면 더 많은 오름들과 멀리 바다도 보였겠지만 구름님 덕에 덥지 않았으니 그걸로 감사하다.

분무하듯 뿌려대는 안개비 때문에 오래 머물지는 못하고 내려간다.

나홀로 나무에게도 인사를 건넨다.

혼자라고 외로워 마렴.

따라비오름을 오르는 수많은 이들이 널 기억할 거야.

나도, 그럴게!


주말에 비가 오고 나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예보에 더 늦 전에 소노캄 제주에 꽃구경을 가기로 한다.

해질 무렵에 도착하긴 했지만 여전한 먹구름에 일몰까지 기대하는 건 사치일 듯하다.

깔끔하게 정돈된 멋진 조경의 잔디밭을 지나 코스모스 꽃밭에 가니 야자수까지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순간 이곳이 플로리다인가 싶어졌다. (플로리다에서 코스모스를 본 적이 있던가,, 벌써 가물가물)

그치만 이곳도 이미 웨딩촬영의 성지로 유명해졌나 보다.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텐션 높은 사진기사의 칭찬 소리에 계속 웃고 있는 예비부부에게 슬며자리를 비켜준다.


날이 흐려서 아쉽고 또 고마웠던 하루.

매 순간이 아까운 제주의 하루가 또 이렇게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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