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원생활
자유의 몸이 되면 이런 제목의 글을 써보겠다고 상상한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있다. 어찌 보면 길지 않은 시간인데, 그 시절의 다짐이 나에겐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진다.
당시 난 서너 평이나 될까 말까 한 1인 무균실에서 줄기줄기 링거를 몸에 달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과 아픔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그 혼미한 정신에 생뚱맞게 글쓰기라니.. 고통의 순간 정신을 딴 곳으로 돌려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생존본능이었을까? 침대에 발이 묶인 내 처지를 온몸으로 실감하면서 캄캄한 감옥 속 한줄기 빛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모든 신경을 이쪽으로 돌리려 애썼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효험이 있었다.
항암 입원을 하던 중 우연히 브런치를 보게 되었다. 매체에 기고되는 글들은 유명 작가나 기자들만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글 쓰는 보통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마치 유튜브를 처음 봤을 때의 신선 함이었다. 누구든, 어떤 주제로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기회라니.. 나도 한 번 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스치고는 잊고 살았는데, 그 고통의 순간에 왜 갑자기 브런치가 생각났는지..
책 읽는 걸 좋아했지만, 글쓰기는 참 어렵다고 생각한 내 가슴속 깊이 그래도 써보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내성적인 내게 내가 쓴 글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꼭 벌거벗은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을 맞이하고 생명의 위협을 몸소 체험하는 그 순간에 나는 글쓰기를 생각했고, 내 두려움 뒤에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던 나를 드러내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만난 것이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인생, 나에 대한 무엇이든, 세상에 남겨놓고 가고 싶었던 것일까?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 어딘가엔 나의 삶 나의 목소리를 남겨보고 싶다는 목소리가 고통으로 일그러진 내 긴 밤을 견디게 해 주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 그때의 다짐에 한 발 짝 다가가 본다.
그렇게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지만, 나에겐 엄청난 사건이었고 또 멈춤과 명상의 시간이 되어준 병원 생활
눈물과 원망으로 시작했지만, 감사와 기쁨으로 충만했던 순간들이 분명 있었다.
지금 이렇게 멀쩡한 몸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체도 나에게는 큰 행복이다.
게으른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일단 용기를 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