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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청소년의 진로장벽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by coffeetrip

어린 시절 어른들의 단골 질문이 있었다.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처음엔 딱히 되고 싶은 것이 없었지만, 반복되는 질문에 그럴듯한 답변이 필요했다.

"과학자요!"

묻는 이도 답변하는 이도 모두가 만족할 답안이었다.

내 친구들의 답안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가 아는 것 중에서 그저 좋은 것을 골랐을 뿐이니까... 그리고, 그 답안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이과를 선택해야 했고, 국어국문학이나 역사학을 공부하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공대가 전망이 좋다는 고모의 권유와 아버지의 강권에 어쩔 수 없이 이과를 선택했다. 당연히 가고 싶은 과도 전공도 없었다. 그저 점수에 맞춰서 무슨 공부를 하게 될지 또 무슨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 체 전공을 선택했다.


나의 적성과 관심이 어떤 공부와 일에 적합한 지보다 그저 어떤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전망 좋은 직업과 연결될 수 있는지가 선택과 결정의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이종사촌형들을 통한 고모의 경험과 아버지의 정보력 덕분에 직업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이과를 선택하고 공대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한 결정이 결코 내 삶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부정할 수 없다. 분명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자신의 적성과 관심을 떠나 최소한 정보도 경험도 없어서 극히 제한된 진로선택을 하고 너무나 크고 높게 진로장벽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다문화청소년들이다.


다문화청소년은 일반청소년보다 진로 발달에 있어서 더 큰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다문화청소년이 일반청소년보다 더 크게 경험하는 어려움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언어문화적 차이, 기초학력 부족, 학업 및 학교적응에 대한 어려움, 진로정보에 대한 부족, 부모의 한국사회와 교육현실에 대한 낮은 이해, 낮은 사회경제적 수준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문화청소년들의 진로장벽과 관련한 여러 선행연구들에 의하면 다문화청소년들은 일반청소년들보다 직업포부 수준은 낮고, 진로장벽은 높게 인식하며, 진로발달 수준은 낮은 특징을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2015년과 2021년의 ‘다문화가정 실태조사’를 비교해 보면 다문화청소년의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53.3%에서 40.5%로 12.8% 포인트가 낮아졌으며, 전체 국민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71.5%)보다 31% 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취학률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국민과의 취학률 격차를 보아도 직전 조사(2018년)보다 1.7배나 더 벌어진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일반가정보다 저소득층이 많은 다문화가정의 특성과 한국교육현실에 대한 이해와 경험 부족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에서 일반청소년과 비교하여 진로 및 입시 정보에 어둡고, 교육 기회와 배경지식이 부족한 점이 다문화청소년들의 진로장벽이 되고 있으며, 성인이 된 다문화청소년을 받아들일 우리 사회의 준비도 미흡하다는 점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이밖에도 성년이 되어 사회로 진입하는 다문화가정 청년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상 25세가 넘으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3년마다 이뤄지는 다문화가정 실태조사에서도 제외되어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 진로와 관련한 전체 청소년의 고민 상담의 대상자가 부모님(28.0%)보다 친구(48.1%)가 높은 것에 비해,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부모님(38.3%)이 친구(33.2%) 보다 높다는 것은 진로장벽에 있어서 부모진로지지가 다문화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다문화청소년의 진로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다문화가정의 부모에 대한 관심과 지원 그리고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어릴 적 받았던 질문을 조금 바꾸어 현재의 나에게 다시 해본다.

"너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니?"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

그리고, 그 시작을 다문화 이웃들과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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