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라는 말, 왜 통하지 않을까
아래의 글은 인터넷 신문 맘스커리어(https://momscareer.co.kr/)에 게재된 본 필자의 2026년 2월 17일자 칼럼을 발췌 및 일부 편집하였습니다.
*맘스커리어: 언론사 최초의 사회적기업으로 엄마의 이야기를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하는 콘텐츠 플랫폼을 지향하는 인터넷 신문사
[맘스커리어=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숙제는 했어?"
"학원 빠지지 마."
"게임 그만하고 공부 좀 해."
오늘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이는 "네" 하고 대답하지만, 눈은 핸드폰을 향하고 있다.
속이 끓어오른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이 미래를 위해서인데, 왜 못 알아들을까.'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아이와 대화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지시하고 있는 걸까.'
많은 육아서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대화하세요."
"경청하세요."
"공감하세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전에서는 잘 안 된다. 왜일까.
우리는 아이를 설득하려고만 했지, 아이가 어디에 서 있는지는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해."
"게임은 시간 낭비야."
"친구 관계보다 성적이 중요해."
하지만 아이는 지금 이 순간 다른 질문을 하고 있다.
"왜 나는 하고 싶은 걸 못 하지?"
"엄마는 내 말을 들어주기는 하는 걸까?"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일까?"
출발점이 다르다. 그러니 아무리 말을 해도 평행선이다.
"네 걱정돼서 그래."
이 말,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된다. 진심이다. 정말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가 듣는 말은 다르다.
"지금 네 모습은 부족해."
"너 혼자서는 제대로 못 해."
"엄마 말 안 들으면 실패할 거야."
우리는 사랑으로 말하지만, 아이는 평가로 받아들인다. 특히 초등 고학년, 중학생 이상이 되면 이 간극은 더 커진다. 이 시기 아이들에게 엄마의 말은 '조언'이 아니라 '관계 신호'다.
‘이 말이 나를 존중하는가?’
‘이 말이 나를 믿는가?’
‘이 말속에 내가 설 자리가 있는가?’
답이 "아니오" 면, 아이는 듣지 않는다. 반항이 아니라 자기 방어다.
한편, 아이도 답답하다.
"엄마는 왜 내 말은 안 들어줘?"
"시도해 보기도 전에 왜 안 된다고 해?"
"나도 내 인생인데..."
엄마가 고집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솔직히 인정해 보자. 우리가 아이 말을 막는 건 '통제욕' 때문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다.
‘아이가 넘어질까 봐...’
‘잘못된 길로 갈까 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할까 봐...’
게다가 요즘 세상은 우리가 살던 시대와 너무 다르다. 유튜버, AI, 게임 개발자... 우리가 모르는 직업들이 생기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던 것들이 무너진다. 그게 두렵다
'내 경험이 쓸모없는 게 아닐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건 아닐까.'
아이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혹시 아이 말이 맞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부모-자녀 갈등을 들여다보면 패턴이 보인다.
"누가 옳은지" 증명하려는 대화는 많았지만, "누가 두려운지" 묻는 대화는 없었다.
엄마의 두려움: "내가 놓으면, 아이가 무너질지도 몰라."
아이의 두려움: "엄마 말대로만 하면, 내가 사라질 것 같아."
이 두려움을 말로 꺼내지 않는 한, 대화는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한 엄마의 경험을 나눠본다.
중2 아들과 매일 숙제 문제로 싸웠다. "숙제 안 하면 성적 떨어진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어느 날, 지쳐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사실 네가 낯설어. 네가 뭘 좋아하는지, 뭘 힘들어하는지 잘 모르겠어. 엄마한테 얘기해 줄래?"
그랬더니 아이가 처음으로 자기 이야기를 했다. 숙제가 싫은 게 아니라, 언제나 "안 했지?"라는 말부터 듣는 게 속상했다고. 믿어주지 않는 것 같아서 슬펐다고. 그날 이후, 숙제 얘기는 줄었다. 대신 아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먼저 얘기하기 시작했다. 설득을 포기하니, 대화가 시작됐다.
1. "다 너 잘되라고"를 "엄마는 네가 걱정돼"로 바꾼다
전자는 아이를 향한 평가다.
후자는 엄마 자신의 감정이다.
아이는 평가받고 싶지 않지만, 엄마의 진짜 마음은 듣고 싶어 한다.
2. 하루에 한 번, 지시가 아닌 질문을 한다
"숙제했어?" 대신
"오늘 학교에서 제일 재밌었던 거 뭐야?"
"게임 그만해" 대신
"그 게임은 뭐가 재밌어?"
지시는 거리를 만들지만, 질문은 문을 연다.
3. 아이의 실패를 견딜 준비를 한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가 작은 실패를 경험해야, 큰 실패에서 회복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가 할 일은 실패를 막는 게 아니라,
실패 후 다시 일어날 때 곁에 있어주는 것이다.
4. 완벽한 엄마가 되려 하지 않는다
우리도 처음 해보는 부모 역할이다.
아이도 처음 해보는 자녀 역할이다.
실수해도 된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아까 엄마가 너무 화냈어. 미안해."
이 말 한마디가 관계를 살린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대화는 누가 맞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아이는 엄마의 소유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이고, 엄마는 아이의 장애물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설득은 멈추고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왜 내 말은 안 들어줄까."
엄마도, 아이도 같은 생각을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로의 두려움을 아직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부터라도 시작해 보자. 아이를 바꾸려는 말 대신,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진심을 전하는 말을.
"나는 너를 통제하려는 게 아니야. 너와 이 관계를 지키고 싶을 뿐이야."
이 말이 시작되는 자리에서, 엄마와 아이는 비로소 서로를 만날 수 있다.
[독자 참여 질문]
여러분은 아이와 대화할 때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댓글로 나눠주시면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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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맘스커리어(https://www.momscare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5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