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다문화가정이 역사적 갈등을 넘어서는 법

식탁 위로 번진 독도 문제

by coffeetrip

(아래의 글은 본 필자가 국가브랜드진흥원 산하 브랜드뉴스의 필진 기자로서 2026년 2월 24일에 게재한 칼럼을 발췌하였습니다.)




[임준의 다문화인사이트] 식탁 위로 번진 독도 문제


한일 다문화가정이 역사적 갈등을 넘어서는 법
한일 역사 갈등은 외교의 문제를 넘어 다문화가정의 식탁 위까지 스며들어 부부 관계와 자녀의 정체성을 흔든다.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공존할 수 있으며, 그 답은 거창한 협상이 아닌 오늘의 가정에서 시작된다.


식탁 위로 번진 독도 문제

Image by seong soo chang from Pixabay.jpg 독도. 출처: Image by seong soo chang from Pixabay


매년 2월이면 일본 시마네현에서는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다. 시마네현은 1905년 독도를 일방적으로 행정구역에 편입했다고 주장하는 고시를 근거로 2005년 조례를 제정한 이후 매년 기념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 사회는 어김없이 반응한다. 거리에서, SNS에서, 교실에서 분노가 들끓는다. 당연한 일이다.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역사와 주권과 자존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소란이 뉴스 화면 너머, 누군가의 거실로 조용히 스며드는 순간이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만나 가정을 이룬 집.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을 내려놓는 그 집에서는, 같은 뉴스가 전혀 다른 온도로 수신된다. 국가 간의 갈등이 부부의 대화를 끊고, 아이의 정체성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한일 다문화가정은 심리적으로 이중의 압박을 받는다.


바깥에서는 일본인 배우자나 그 자녀에게 집단적 책임이 은근히 요구된다. "너희 나라는 왜 그래?"라는 말은 비판의 화살이 정부인지, 개인인지 구분하지 않는다. 그 말을 받아낸 배우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방어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입을 닫아야 할지 순간적으로 계산한다. 침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 침묵이 갈등을 잠재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서적 거리를 넓힌다.


문제는 그 긴장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점이다. 청소년기는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시간이다. 한쪽에서는 "한국인으로서 분노하라"고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일본인으로서 해명하라"고 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절반을 부정해야만 어느 쪽에 설 수 있다고 느끼게 된다. 이것은 발달의 문제다. 정체성의 문제다.


Image by Tumisu from Pixabay.jpg 갈등. 출처: Image by Tumisu from Pixabay


그렇다면 이 가정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첫 번째는 '분리'다. 배우자를 일본 정부의 대리인으로 동일시하지 않는 훈련이다. 국가를 비판하는 것과 가족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논쟁이 격화되면 잠시 멈추기로 약속하고, 자녀 앞에서 상대 문화를 조롱하지 않는 것. 이런 작은 경계선이 관계를 지키는 안전장치가 된다.


두 번째는 아이에게 '브릿지 정체성'을 허용하는 것이다. 두 문화 중 하나를 고르라는 요구 대신, 두 역사를 모두 이해하면서 그 위에 평화라는 가치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독도를 사랑한다. 동시에 우리는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다." 역사를 바로 아는 것과, 그 앎이 증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은 양립한다.


세 번째는 일상이다. 사회가 차가울수록 가정은 더 따뜻해야 한다. 양국의 명절을 함께 챙기고, 서로의 언어로 짧은 인사를 나누고, 상대 문화의 음식을 같이 만드는 것.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이런 반복되는 작은 의식들이, "우리는 갈등 속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몸으로 가르친다.


국가가 풀지 못한 문제를 가정이 대신 해결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한일 다문화가정은 이미 그 갈등 한가운데에 있고, 매일 그것을 살아내고 있다.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는 사실 자체가, 사실은 이미 갈등을 넘어선 선택이었다.


그 식탁에서 자라는 아이는 단일한 정체성의 틀로는 설명되지 않는 세계를 본다. 그것은 혼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감수성이기도 하다.


독도를 사랑하는 마음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먼저 배우는 곳은, 오늘 저녁 누군가의 식탁이다.


[필자 소개]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다문화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지지와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공학 엔지니어로서의 사고와 교육학적 이해를 융합한 미래 인재 양성 전문가이자 연구교수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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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브랜드뉴스(BRAND NEWS)(https://www.ibrandnews.com)

https://www.ibran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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