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부모를 위한 ‘정서적 양육’ 솔루션

다문화 시대, 다문화 부모가 가져야 할 새로운 양육 패러다임

by coffeetrip

(아래의 글은 본 필자가 국가브랜드진흥원 산하 브랜드뉴스의 필진 기자로서 2026년 3월 31일에 게재한 칼럼을 발췌하였습니다.)

https://www.ibrand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77




[임준의 다문화인사이트] 흔들리는 뿌리를 붙잡는 힘: 다문화 부모를 위한 ‘정서적 양육’ 솔루션


“부모의 정서가 아이의 자존감을 만든다”
— 다문화 가정에서 시작되는 보이지 않는 성장의 구조
“적응을 넘어, 교육의 주체로”
— 다문화 시대, 다문화 부모가 가져야 할 새로운 양육 패러다임


“아이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부모의 정서라는 뿌리에서.”
11777_14698_410.jpg 아이들의 성장. 출처:Image by Tharushi Jayawardana from Pixabay.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토대를 세우는 일에 가깝다. 나무가 뿌리로 서 있듯, 아이의 성장 역시 부모라는 기반 위에서 이루어진다. 뿌리가 깊고 단단할수록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 부모의 정서가 안정될 때 아이 역시 세상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의 부모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낯선 교육 제도, 문화적 차이, 언어의 장벽은 일상 속에서 끊임없는 긴장과 위축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부모 스스로의 정체성이 흔들리면, 자녀에게 전달되는 정서적 지지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수행한 다문화청소년 연구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부모의 진로 지지가 높을수록 자녀는 사회적 편견과 장벽을 낮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부모의 태도와 정서가 자녀의 인식 구조와 사회 적응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다문화 부모를 지원하는 일은 한 가정을 돕는 것을 넘어, 미래 세대의 안정성을 설계하는 일이다.


다문화 가정의 양육 어려움은 흔히 ‘문화 차이’로 설명된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정서적 연결의 약화’에 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부모는 양육 기준에 혼란을 느끼고, 자녀는 그 불확실성 속에서 정서적 불안을 경험한다.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정서적 미러링’이다. 이는 부모가 자녀의 감정을 평가하거나 교정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반영해 주는 과정이다. 아이는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이 존중받고 있음을 느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정서적 안정과 자기 이해를 형성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는 언어의 정확성보다 감정의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 완벽한 한국어보다, 아이의 마음을 정확히 읽어주는 한 마디가 더 깊은 영향을 남긴다. 부모가 자신의 문화적 배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존중할 때, 자녀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다문화 부모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


첫째, 부모 자신의 정서를 돌보는 일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뒤로 미룬다. 그러나 이주 과정에서의 외로움과 문화 적응의 부담이 누적되면, 부모의 정서적 여유는 점차 소진된다.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부모들과의 정기적인 만남만으로도 정서적 회복은 시작될 수 있다. 부모의 안정은 자녀 정서의 출발점이다.


둘째, 이중문화의 ‘가교’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은 결핍이 아니라 확장의 가능성을 가진 환경이다. 부모의 모국어와 문화는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자녀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하루 5분이라도 모국어로 대화하는 습관은 자녀의 언어 능력뿐 아니라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신의 문화를 존중할 때, 자녀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힘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셋째,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통해 양육의 고립을 줄이는 것이다. 양육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질 때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학교, 지역 기관, 부모 공동체와의 연결은 정보 공유를 넘어 정서적 지지 체계로 기능한다.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는 이러한 관계망이 ‘소속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한편,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다문화 부모 교육 프로그램들은 여전히 ‘적응’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 물론 초기 적응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다문화 부모를 단순한 적응의 대상이 아니라, 이중문화를 기반으로 한 교육의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필자가 참여했던 ‘일일부자감동캠프’ 사례에서 확인되었듯,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고 관계를 재구성하는 경험은 단기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정서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은 다문화 교육 현장에서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결국 핵심은 분명하다. 부모가 평온할 때 아이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안전함을 느끼는 아이만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부모의 자긍심은 자녀의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그 자존감은 다시 사회를 향한 건강한 참여로 확장된다.


하지만 이 과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다문화 부모들이 ‘이방인’이 아닌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정책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문화 다양성을 부담이 아닌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정서적 지원 체계를 강화하는 정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부모가 세운 자긍심의 토대 위에서, 아이들의 세계는 더욱 넓고 단단하게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그 확장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11777_14429_5441.png 임준 박사. 출처: IAM교육연구소 제공.

[필자 소개] 임준 박사(아동청소년교육) / IAM교육연구소 대표

다문화청소년이 지각한 부모지지와 이중문화수용태도가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공학 엔지니어로서의 사고와 교육학적 이해를 융합한 미래 인재 양성 전문가이자 연구교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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