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부모를 그리워하는 시대

Larry Kreider의『영적 아비를 향한 갈망』을 읽고

by coffeetrip

요즘 자주 '어른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렇게 그리운 어른이 되고 있는지 돌아본다.

일대일 제자훈련 필독 도서로 읽은 책 한 권이 그런 나의 마음에 동심원이 된다.

Larry Kreider의 『영적 아비를 향한 갈망(The Cry for Spiritual Fathers and Mothers)』.

책은 이름처럼 간절하다. 그리고 낯설지 않다.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

책은 오늘날의 교회와 세상이 '영적 고아'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입술로는 고백하지만, 정작 삶은 두려움과 경쟁, 상처 속에 갇혀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도, 더 좋은 프로그램도 아니다.

그저 '누군가의 품'이다.

책 속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가 받은 상처는 관계에서 생겼지만, 치유 또한 관계를 통해 온다.”

이 문장에서 내 마음의 동심원은 더욱 커져 간다.


관계를 허락하는 용기

‘영적 부모’라는 말은 다소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Kreider는 그것이 거룩한 선지자나 위대한 목회자의 특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저 진심으로 누군가의 삶에 귀 기울이고, 기다려주고,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

그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나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

그들은 예민하고 혼란스럽다.

스스로도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결핍을 안고 있다.

그들의 마음에 문을 두드릴 때, 필요한 건 논리가 아니다.

먼저 손을 내밀고 기다려주는 한 사람이다.


나는 누군가의 영적 부모인가?

책을 덮으며 한참을 고민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도 했고, 연구도 해왔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진심으로 품었던 시간은 얼마나 될까?

나는 아동청소년교육을 전공했고, 다문화청소년들의 삶을 깊이 있게 연구해 왔다.

그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 소속감의 결핍, 그리고 지지자 없는 외로움은

종종 내가 만나는 어른들의 모습과도 겹친다.

결국 이 시대 모두가 '영적 부모'를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작고 조용한 다짐

『영적 아비를 향한 갈망』은 나를 자꾸 멈춰 서게 만든다.

성취보다 사람, 말보다 기다림, 지도보다 동행.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내가 매주 마주하는 청소년들,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존재로 남고 있는가?

이 시대가 필요한 건 위대한 리더보다,

한 사람의 삶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어른이다.

오늘도 그렇게 작은 다짐 하나를 가슴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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