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중요가 이유
한국 사회는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라는 오래된 관념 속에 머무를 수 없다. 이미 다문화사회라는 단계를 넘어 다문화국가로 나아가고 있다. 지하철을 타도, 학교 운동장을 봐도, 시장 골목을 걸어도 이제는 다양한 피부색, 언어, 문화가 섞여 있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누군가는 이 변화를 두려워하고, 또 누군가는 낯설다 여기기도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 다양성이 우리 사회의 현재이며 동시에 미래라는 점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이들이 바로 다문화청소년이다. 다문화청소년은 부모 중 한 명 이상이 외국 출신이거나 이주 배경을 가진 가정에서 성장하는 청소년을 말한다. 통계청과 교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청소년의 수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한 지역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라며 한국어를 배우고, 친구들과 어울리고, 장래의 꿈을 키우는 평범한 청소년이지만, 동시에 집으로 돌아가면 또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이중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청소년기는 누구에게나 흔들리고 방황하는 시기다. 자아 정체성을 탐색하며, 또래 관계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고, 학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한 시기다. 이는 모든 청소년이 겪는 보편적 과제이다. 하지만 다문화청소년에게는 여기에 더해진 또 다른 과제가 있다. 언어의 장벽, 문화적 차이, 그리고 사회적 편견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는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하지만 학교에서는 한국어로 모든 수업과 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언어적 불안감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를 대신해 통역과 행정 업무를 맡아야 하는 ‘조기 성인화’ 현상까지 겪는다. 또래 집단에서는 피부색이나 이름, 억양 때문에 차별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자존감의 저하와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적 고립을 불러오기도 한다.
즉, 다문화청소년은 일반청소년이 겪는 어려움 위에, 다문화적 특수성에서 오는 또 다른 어려움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의 문제를 단순히 ‘소수 집단의 특수한 문제’로만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이들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 모든 청소년의 삶을 더 폭넓게 이해하는 길과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왜 다문화청소년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함께 짊어질 주역이기 때문이다. 다문화청소년은 결코 ‘외부인’이 아니라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이들이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감을 갖고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결국 한국 사회 전체의 통합과 발전으로 이어진다.
둘째, 다문화청소년의 경험은 청소년 발달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모든 청소년이 겪는 고민과 갈등에, 다문화라는 요소가 더해졌을 때 어떤 어려움이 증폭되는지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청소년기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다문화청소년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소수자를 돕는 일이 아니라, 청소년 전체를 이해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셋째, 다양성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한 민주 사회로 나아가는 핵심 자원이다. 다문화청소년은 두 가지 이상의 문화적 배경을 동시에 체험하며 성장한다. 이는 세계화 시대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다문화적 감수성과 언어 능력, 다양한 문화적 관점은 앞으로 한국이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따라서 다문화청소년의 성장을 지지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하다.
다문화청소년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을 넘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학생들이 함께 어울리며 성장하는 작은 사회다. 따라서 교사들은 다문화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수업과 상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언어적 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지역사회의 역할이 크다. 마을도서관, 청소년센터, 복지관 등에서 다문화청소년이 자유롭게 어울리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부모들을 위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 역시 필요하다. 부모가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수록 자녀의 성장도 긍정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셋째, 국가 차원의 정책 전환이 절실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주로 ‘보호와 지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다문화청소년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사회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장학금, 진로 탐색, 리더십 훈련 등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인식 전환이다. 다문화청소년을 ‘특별한 존재’로만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들은 한국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청소년이자, 동등한 시민이다. 그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존중의 태도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한국은 진정한 다문화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
다문화청소년은 단순히 지원이 필요한 집단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 거울 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배타적이고 편견에 가득 차 있다면, 미래 역시 그만큼 어둡게 비칠 것이다. 반대로 열린 마음과 존중의 태도로 다문화청소년을 맞이한다면, 그들의 웃음과 도전이 곧 한국 사회의 희망이 될 것이다.
다문화청소년의 성장은 곧 우리 사회의 성장이다. 그들이 건강하게 뿌리내릴 때, 한국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공동체로 우뚝 설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일상 속에서 다문화청소년과 함께 웃고, 배우고, 살아가려는 작은 실천과 진심 어린 관심이다. 그 길만이 다문화국가로 나아가는 한국이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일 것이다.
다문화청소년은 한국 사회의 '미래의 일부'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미래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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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모음]
*노영○ (비회원)2025-09-25 10:04:04IP임준기자님의 글 너무 공감됩니다! 다문화청소년과 어울어 살아가야할 대한민국!
*puk○○○ (비회원)2025-09-25 10:43:48IP너무 필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도 동떨어진 다른 누군가의 일이라 여기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우리 모두의 일로 이해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boa○ (비회원)2025-09-26 22:20:55IP시대적인 흐름과 우리들의 자리를 돌아볼 수 있는 글 감사합니다.
*박재○ (비회원)2025-09-27 08:42:07IP우리나라는 단일 민족국가로 잘 성장해온 나라이지만 글로벌한 다양성이 접목되어진다면 더욱 큰 가능성을 키워 나갈 수 있으라 봅니다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온 다문화의 기회를 잘 흡수하도록 의식과 생각들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이동○ (비회원)2025-09-28 21:25:46IP30여년전 들은 야야기입니다.
세계는 지구촌 시대가 되었고 앞으로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시간은 멀지 않을 것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현대사회는 개인적이고 단순한 듯 보이나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문화 속에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기사의 내용처럼 미래의 기둥인 이땅의 청소년들을 향한 기성세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의 마음이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꿈을 꾸고 꿈을 이루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임준 기자님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