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규연 변호사 칼럼
“‘아이를 사랑하는 눈빛이 보이지 않아서, 정서적 학대로 고소’ 맞지?”
- 그냥 선생님 中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중인 그냥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일상을 그린 일상 로맨스물이다. 그런데 귀엽고 말랑말랑한 내용을 보다가 순간 멈칫한 장면이 있었다. 김인아 선생님이 친구에게 어떤 학부모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눈빛이 보이지 않으니 정서적 학대로 고소하겠다면서 해명하라는 민원을 넣은 학부모.
예전이라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저런 이유로 아동학대 고소를 한다고?’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선생님에 대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등 교권 침해가 심각한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의 정확한 용어는 교육활동 침해다. 교육활동을 하는 교원이 보호받지 못하자 학생들의 교육활동 또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교원지위법은 교원 보호의 목적이 교육활동 보호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교권 침해행위’ 대신 ‘교육활동 침해행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교원지위법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소속 학교의 학생 또는 그 보호자 등이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 대하여 관련 법규에서 정하고 있는 행위를 한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활동 침해 유형에는 상해, 폭행, 협박, 명예훼손, 모욕, 손괴, 성폭력 범죄. 불법정보 유통, 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성희롱, 반복적 부당한 간섭, 의도적인 수업 방해,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 등 무단 배포 등이 있다.
2022년 여름, 중학생이 학교 수업시간에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폰을 하는 영상이 SNS에 퍼져 논란이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육활동 침해 유형에 ‘의도적인 수업 방해’가 추가되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이후로도 선생님을 폭행하고 불법 촬영하는 등 심각한 교육활동 침해 사건은 계속 발생했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들까지 이어지고 있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악성 민원을 제기하던 학부모의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하락한 교권을 다시 회복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부는 최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교권 보호 4법’이 가결되었다고 발표하였다. 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학대(신체적, 정서적, 방임) 금지행위로 보지 않고, ②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 유형으로 신설하며, ③ 피해 교원의 보호와 가해 학생 조치를 강화하는 등 외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법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신속하게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자살 사건 후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이 개정되었던 과정과 유사하다. 심지어 대책 내용도 비슷하다. 교권 보호 4법은 지금 꼭 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의미가 있지만 ① 학교장이 민원 처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② 교육활동 침해로 인해 분리 조치된 학생에 대한 별도 교육이 각 학교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지, ③ 교육활동보호센터의 법률 및 심리상담, 치료비 예산 지원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등 여러 가지 의문도 동시에 남기고 있다.
국민들이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교권 회복이 필요하다는데 마음을 모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해본다.
대법원은 최근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담임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의 이름표를 레드카드에 붙이고 교실 청소를 시키자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사건이었다.
대법원은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인 학생에 대한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하고, 부모 등 보호자의 교육에 관한 의견 제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학부모가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한 행위는 교육활동 침해행위인 ‘반복적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두37858 판결).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서로 존중하며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당연하지 않았다. 내가 존중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먼저 존중해야 한다. 선생님이 행복해야 교실도 행복해진다. 선생님이 불행한데 학생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모두가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거라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항상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