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20살부터 함께한 여행 메이트가 있다. 고1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이며, 고2 때 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이후 꾸준히 연락하고 지냈다. 2017년 우리가 20살이 되던 해 11월에 처음으로 함께 태국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주변에서 친구랑 여행을 다녀오면 그렇게 다들 싸우고 돌아온다고 하는데, 우리는 싸우긴커녕 잊지 못할 추억을 한가득 만들고 왔다.
처음으로 가본 자유여행에서 커다란 행복을 맞보았다. 그 이후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방학이 다가올 때쯤 우리의 이야기 주제는 “이번엔 어디로 갈까?” 였다. 2017년도에는 방콕, 2018년도 2월쯤에는 제주도, 같은 해 여름에는 후쿠오카, 2019년 여름쯤에는 코타키나발루, 올해 2월 보라카이를 다녀왔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자 올해 3월 10박 11일로 제주도를 다녀왔고, 그 기억이 너무 좋아서 4월에 4박 5일로 또다시 제주도를 다녀왔다. 학교에서는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고, 그렇게 나는 여행에 푹 빠져버렸다. 1학기가 끝난 직후 4박 5일로 부산을 다녀왔고, 7월 14일 우리는 기한 없는 제주살이를 시작했다.
나와 내 여행메이트는 식성, 스타일, 생활패턴 등 모든 것이 다르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해산물을 좋아하며 특히 회를 좋아한다. 편한 옷, 세 보이는 옷, 여름옷의 경우 노출이 조금씩은 있는 것을 즐겨 입으며,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또한 화장할 때는 10분이면 충분하고, 스릴 있는 놀이기구 혹은 액티비티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며, 밤에는 꽤 오랜 시간 살아있는 야행성이다. 반면 내 친구는 해산물을 안 먹으며, 회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다. 주로 여성스러운 옷을 즐겨 입으며, 노출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며, 화장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고 밤에는 일찍 잠이 든다. 또한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스릴있는 액티비티를 좋아한다.
이렇듯 우리는 달라도 너무나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싸움은커녕 서로 기분 나빠할 일조차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친구가 씻고 나오면 그제야 일어나고, 친구가 화장을 할 동안 준비를 마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준비를 하고나면 얼추 비슷하게 나갈 준비가 끝난다. 서로의 스타일 대로 옷을 입고 밖에 나가 음식을 먹곤 한다. 해산물이 유명한 지역을 가게 되면 해산물이 들어있는 메뉴와 해산물이 들어있지 않은 메뉴를 같이 시킨다. 두 개 다 나눠 먹지만 나는 주로 해산물 위주로 먹고, 친구는 해산물을 제외한 부분들을 먹는다.
우리는 서로 나무랄 것 없이 서로를 이해해준다. 너무나도 다른 취향을 갖고 있지만 그러한 부분이 불편했던 적은 없다. 오히려 달라서 서로를 더 잘 알고 있으며, 모든 것에 수용적인 태도를 갖고 있어서 다양한 여행을 시도하곤 한다.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서핑 등 다양한 액티비티들을 좋아하고, 풍경을 보며 걷는 것을 좋아해서 예쁜 풍경만 있다면 하루에 10000~20000보는 거뜬히 걷는다.
이제는 가족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으며,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맞추곤 한다. 그러다 보니 말로 소통할 때 보다 말하지 않고 통할 때가 더 많아졌다. 오히려 말을 하면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아 “야, 너랑 나랑은 말을 안 해야지 더 잘 통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주고받곤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다 보니 우리의 여행에도 점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해산물을 전혀 먹지 않던 내 친구는 내가 해산물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조금씩 시도를 하다가 이제는 고등어회, 딱새우 회까지 먹는다. 스릴 있는 액티비티를 싫어했던 나는 패러글라이딩 같은 액티비티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조금씩 발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말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다. 함께 여행하면 비슷한 체력으로 인해 내가 방전될 때쯤 친구도 방전이 되고, 그럴 땐 숙소로 돌아가서 낮잠을 자고 다시 여행하곤 한다. 충전을 하고 나면 똑같은 시점에 배고파져서 함께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고 어디로 갈지 고민한다. 그렇게 선택한 곳들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으로 기억에 남곤 한다.
그 어디에도 없을 나의 여행 메이트 이며, 이제는 여행을 떠올리면 이 친구가 생각난다. 친구와 함께 할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 정하는 그 순간들이 행복하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 상황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며 코로나가 정리된 후의 해외여행을 꿈꾼다. 서로 너무나도 달라서 이토록 잘 맞는 친구는 또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렇기에 나는 나에게 이런 여행 메이트가 있다는 게 감사하다.